“중동석유 의존도 줄여야 이슬람 내전 총성 멈춘다”

  • 입력 2007년 4월 1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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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2000년 종교적 원인으로 정부군과 반군세력 간에 벌어진 ‘종교 내전(religious civil war)’은 모두 42차례. 이 중 이슬람교가 관련된 내전은 34차례(81%)였다. 기독교와 힌두교가 관련된 내전이 각각 21차례(50%), 7차례(16%)였던 것에 비해 훨씬 높은 비율이다. 또 종교 내전의 평균 전쟁 기간은 103개월로 비(非)종교 내전 86개월에 비해 2년 정도나 길었고 종교 내전은 협상에 의해 해결된 비율이 훨씬 낮았다. 더욱이 전쟁의 재발 확률은 종교 내전이 비종교 내전의 두 배나 됐다.》

이 같은 수치는 모니카 더피 토프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가 21세기 중후반 60년의 전쟁 양상을 분석한 결과다. 이를 토대로 이슬람교는 원래 호전적이라는 통념을 뒷받침하는 자료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토프트 교수의 설명은 간단치 않다. 그는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행하는 전문지 ‘국제안보’ 봄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역사적, 지리적, 구조적 요인 분석을 통해 이슬람교와 전쟁, 그리고 정치적 경쟁의 상관성을 분석했다.

그는 역사적 요인으로 이슬람권은 유럽에서 벌어진 파괴적 종교전쟁인 ‘30년전쟁(1618∼1648년)’을 겪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30년전쟁을 마무리한 베스트팔렌조약으로 유럽은 정치를 종교에서 분리한 주권국가의 공동체를 탄생시켰다. 이런 가혹한 종교전쟁의 경험이 없는 이슬람권은 여전히 정교(政敎) 융합의 경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지리적 요인으로는 이슬람 성지와 석유 매장지가 공교롭게도 중동지역에 함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1970년대의 오일쇼크 이후 중동 외부 지역에서도 석유가 발견됐으나 여전히 중동은 전략적 자원 요충지로 남아 있다.

19세기 말 이래 석유를 노리는 서방 선발산업국의 중동 진출은 이슬람권과 충돌을 빚기 십상이었고 특히 1948년 유대인 국가 이스라엘의 성립은 아랍 민족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의 급부상을 가져 왔다.

이슬람교 자체의 구조적 요인도 지적됐다. 흔히 이교도에 대한 투쟁으로 해석되는 지하드(성전)가 여전히 신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지하드는 자기 내면과의 싸움이지만 옛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함으로써 외부와의 투쟁으로 양상이 바뀌었다는 것.

물론 지하드와 유사한 개념은 아브라함을 조상으로 하는 기독교와 유대교에도 있다고 토프트 교수는 지적했다. 기독교의 지하드인 십자군(Crusade) 전쟁은 서구 정치의 오랜 세속화 과정에서 이젠 동면에 들어간 상태다.

아울러 토프트 교수는 20세기 종교내전의 양상을 분석해 보면 정치 엘리트가 정통성 경쟁을 위해 민족주의를 이용했던 것과 일치한다며 이슬람교가 정치 엘리트의 경쟁 수단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런 종교와 전쟁의 악순환을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토프트 교수는 이슬람권 정치 엘리트의 종교적 정통성 경쟁을 막는 두 가지 포괄적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먼저 종교적 정통성 경쟁 과정에서 이슬람 근본주의를 내세우는 정치 엘리트에게 현금과 무기 같은 전쟁의 재원을 공급하지 않도록 서방 국가들이 중동의 석유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이 좀 더 합리적인 외교정책을 통해 정통성 경쟁 유발 요인을 없앨 것을 제안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파키스탄에는 정치 자유화를, 이스라엘에는 유엔 결의 준수를 각각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지원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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