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 시한 임박… 미국만 바쁘다

  • 입력 2007년 4월 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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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찾아갈 쪽은 북한인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북한에 돈을 찾아서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정부 당국자는 8일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동결된 북한 자금을 반환하는 것은 북한의 결단이 없이는 해결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문제는 6자회담의 진전을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2·13합의’에 따라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쇄해야 하는 이행 시한이 14일로 다가왔지만 북한은 BDA은행 문제의 선(先)해결만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동결자금 문제의 새로운 해법을 북한에 제안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BDA은행 문제 해결의 묘안은?=2·13합의 이후 북한의 일관된 주장은 BDA은행에 동결된 2500만 달러를 중국은행(BOC)에 개설한 조선무역은행 계좌로 한꺼번에 송금해야 한다는 것. 단순히 돈을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향후에도 해외계좌를 통해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뜻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국은행은 북한자금이 불법행위에 연루된 만큼 이 자금을 받을 수 없다는 태도다. 이 때문에 미국은 북한 측에 금융거래에 걸림돌이 적은 합법자금을 먼저 송금 받은 뒤 나중에 불법자금을 받는 ‘단계별 송금’ 방안을 제시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은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돼 당초 청산 예정이었던 BDA은행을 당분간 존속시킨 뒤 이 은행에 북한 명의로 새로운 계좌를 개설해 이를 통해 북한자금을 송금하는 방안을 최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불법 계좌로 분류돼 거래가 불가능한 북한 자금을 BDA은행 내 신규 계좌로 옮겨 거래를 가능하게 하자는 구상이다.

앞으로 BDA은행이 다른 금융기관에 합병 또는 매각될 경우 북한의 새 계좌가 이 금융기관으로 옮겨지기 때문에 결국 북한자금이 국제금융거래가 가능한 은행으로 송금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2·13합의 시한 지키기는 어려울 듯=문제는 북한이 태도를 바꿔 미국이 제시한 해법을 따르더라도 14일까지 영변 핵시설 폐쇄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북한이 동결된 계좌 소유주의 명의로 된 송금신청서를 제출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8일 일본을 거쳐 10일 한국을 방문하는 등 한중일 3국 순방을 통한 2·13합의 이행 일정의 막판 조정 작업에 나섰다. 마지막 행선지인 베이징(北京)에서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의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앞서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와 빅터 차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으로 구성된 미 대표단도 8일 평양을 방문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신청해 놓은 상태여서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차 보좌관은 11일 서울을 방문해 방북 결과를 설명한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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