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우리와 손잡자고?… 줄을 서시오”

  • 입력 2007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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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마음을 잡아라.”

3, 4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SAARC) 정상회의에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이란의 외교 장관급을 포함한 고위관리들이 대거 옵서버로 참가했다.

1985년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8개국이 모여 결성했지만 때론 정례회의조차 열지 못할 정도로 주목받지 못해 온 SAARC에 주요 국가들이 뜨거운 관심을 표명한 것이다.

같은 시간 태평양에선 인도해군이 아시아·태평양 연안 국가들의 ‘러브콜’에 따라 빡빡한 여행 일정을 소화했다.

4일 인도 국방부는 지난달 인도를 출발한 최신예 구축함 5대로 편성된 인도 해군 함대가 싱가포르에서 군사훈련을 마치고 미군 태평양함대와 연합훈련을 하기 위해 일본으로 향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사실 인도 함대 여행 일정표의 핵심은 발표와는 다른 데 있다. 인도 함대는 6∼11일 일본 오키나와(沖繩) 앞 공해상에서 미군과 훈련을 한 뒤 2개조로 나뉜다. 3척은 도쿄(東京) 인근 요코스카(橫須賀)로 이동해 17일 사상 첫 미-일-인도 연합 해상훈련을 한다. 같은 날 2척의 함정은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중국 해군과 훈련을 갖는다.

군함들은 이어 다시 합류한 뒤 러시아 해군과 훈련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한다. 인도 함대의 이 같은 복잡한 훈련 계획은 아시아 지역 ‘세력 균형추’로 불리는 자국의 입지를 감안해 미-일-인도 3국 훈련이 대(對)중국 견제용이라는 메시지를 주지 않으려고 짜낸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 국방부는 일본 자위대와의 군사훈련에 대해선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인도-일본 친선의 해’를 축하하기 위해 방문한다고만 설명했다.

이처럼 인도를 향해 쏟아지는 ‘단체 구애’의 선두에 선 나라는 일본이다.

냉전 종식 이후 서남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해온 일본은 1990년대 초부터 대규모 원조를 하고 수년째 SAARC 참관 요청을 하는 등 공을 들였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해 말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도쿄를 국빈 방문했을 때 정보기술(IT) 분야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양국은 경제연대협정(EPA)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며 이번 해상 연합훈련도 일본 측이 먼저 제의했다.

미국과 중국도 인도를 놓고 경쟁 중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국내외의 비난을 무릅쓰고 인도와 핵 기술 협력 협정을 맺었다. 미국에 인도는 남아시아 자체는 물론 중앙아시아와 중동지역에서의 영향력을 보강하기 위한 연결 고리다.

미일 안보동맹을 축으로 인도, 호주까지 합쳐 중국 견제망을 구축하려는 미국 일본 등의 구상에 맞서 중국은 인도 러시아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대미 견제 블록을 꾀하고 있다. 중국은 2008년까지 인도와의 교역규모를 2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합의했으며 인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도 지원한다.

냉전시대엔 비동맹세력의 핵심이라며 인도를 적대시했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지난해 인도와 협력을 타진한 바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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