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부진 러 “中 추진력 배우자”

  • 입력 2007년 3월 27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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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러시아 방문모스크바를 방문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26일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후 주석 방문에 맞춰 러시아 정부 관리들 사이에서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개혁정책 추진 능력을 배우려는 열풍이 불고 있다.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후진타오 러시아 방문
모스크바를 방문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26일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후 주석 방문에 맞춰 러시아 정부 관리들 사이에서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개혁정책 추진 능력을 배우려는 열풍이 불고 있다.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모스크바를 방문한 26일 러시아 주간지 ‘아르구멘트 이 팍트’는 “올해가 황금 돼지의 해”라고 소개하며 “중국이 러시아에 큰 선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중국식 12지(支)는 러시아인에게는 낯선 문화. 그러나 러시아 신문들은 별다른 설명 없이 “돼지해에는 재물을 많이 얻는다”며 후 주석의 방문을 반겼다. 러시아 고위층의 중국 배우기 열풍이 갈수록 뜨겁다. 후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모두 여섯 차례 만난 뒤 중국을 벤치마킹하려는 고위 관료들이 급증했다고 일간지 네자비시마야 가제타가 보도했다.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을 다녀온 러시아 장관급 이상 고위 공무원은 연간 150여 명. 러시아 연방 16개 부처 20여 명의 장관급 공무원이 평균 7, 8차례 중국을 다녀온 셈이다.

러시아 공무원들은 중국 정부의 어떤 면을 본받으려고 할까. 알렉산드르 루킨 모스크바국제관계대 동아시아 연구소장은 중국 정부의 최대 장점으로 ‘강한 지도력과 실행력’을 꼽았다.

그는 “덩샤오핑(鄧小平)에서 후진타오 주석으로 이어진 정책 실행력이 옛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대통령 당시 우유부단했던 개혁 정책과 뚜렷이 대비된다”며 “중국 정부의 경험을 러시아가 빌려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의 유연한 정책 수정 능력과 효율성도 러시아 관료들이 새롭게 주목하는 점이다. 바실리 미헤예프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 아시아센터 소장은 “마오쩌둥(毛澤東) 사망 이후 중국 정부는 개혁의 ‘브레이크’에서 ‘추진력’으로 변했다”면서 “권력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정책을 적시에 수정한 중국을 주목하는 러시아 공무원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러시아 관료들의 중국 배우기 열풍에는 러시아 정부가 1990년대 경제발전 모델을 잘못 설계했다가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했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들어 있다. 러시아 관료들은 보리스 옐친 대통령 재직 당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하이테크 산업을 집중 육성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일본과 한국을 발전 모델로 삼았다.

그러나 하이테크 산업은 단기간에 키울 수 없는 데다 자원의 배분을 뒷받침할 효율적인 정부와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 발전 모델은 1990년대 말 러시아 현실에서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시각도 엿보인다. 루킨 소장은 “후진타오 체제가 불균등 발전에 따른 사회적 모순을 맞고 있어 경제가 악화되면 대규모 권력 변동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민심도 지도층의 ‘중국 배우기’에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모스크바 남쪽 체료무시키 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겐나지 이바노프 씨는 “높으신 분들은 (저질품도 많은) 중국 물건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중국을 부러워한다”며 헛웃음을 보였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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