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유방암 재발’ 에드워즈…“가정이냐 백악관이냐”

  • 입력 2007년 3월 2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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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암 재발…그렇다면 그야말로 모든 걸 제쳐 두고 가정으로 돌아가 매 순간을 아끼며 아내와 남은 시간을 함께해야 할 때가 아닐까.”(엘리자베스 메어런 보스턴대 교수)

“암에 걸렸다고 ‘세상이 다 끝난 것’처럼 좌절할 필요가 없음을 보여 주는 용기 있는 행동이다.”(USA투데이)

부인의 유방암 재발에도 불구하고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 도전을 계속하겠다는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의 발표가 미국 사회에서 ‘가정, 건강 vs 야망’, ‘가정 vs 공익에의 헌신’이라는 풀기 어려운 숙제를 둘러싼 조용한 논쟁을 낳고 있다.

23, 24일 미국 언론과 인터넷 블로그 등에 등장한 표현들은 두 갈래로 나뉜다. ‘솔직함’ ‘용기’ 같은 긍정적 표현의 한편에선 ‘고삐 풀린 야망(unbridled ambition)’, ‘냉정한 무관심(callous disregard)’ 등의 부정적 표현도 조심스레 등장했다.

일단 “선출된 뒤 공직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족의 건강 문제를 솔직히 공개한 것은 신뢰도와 투명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데는 대부분의 언론 논조가 일치했다. 22일 기자회견이 끝난 지 5시간 만에 에드워즈 전 의원의 온라인 기부금 모금 사이트엔 850명이 참가해 9만 달러가 모였다.

상당수 미국인이 남의 일처럼 여기기 힘든 ‘에드워즈 가정이 겪어 온 고난’도 많이 회자됐다. 섬유공장 노동자의 아들로 중하층에서 자수성가한 소송전문 변호사. 수영장 배수구 뚜껑이 빠지면서 내장이 빨려 들어간 소녀의 사고 소송을 맡아 250억 원의 배상금을 받아 내며 일약 스타가 됐다. 하지만 1996년 외동아들을 교통사고로 잃는 비극을 겪었고 뒤늦게 낳은 8, 6세의 어린 자녀를 두고 부인의 암 재발….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인 켈리언 피츠패트릭 씨는 “미국 여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암이며 그중에서도 유방암”이라면서 “에드워즈 부부의 도전을 미국인은 단지 정치 세계의 한 이슈가 아니라 자기 주변의 일처럼 여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가정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아니 최소한 ‘그래야 한다’는 당위가 강한 미국 사회에선 부인이 암에 걸렸는데 계속 정치적 야망을 추구하는 남편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30여 년 전 자신들의 결혼 피로연 장소를 기자회견장으로 택하는 등 ‘너무 세밀히 드라마적 요소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가정을 위해 공직을 포기한 사례들과의 비교도 나왔다. “텍사스에서 전학 온 고교생 아들이 워싱턴 생활에 적응을 못한다”며 2002년 백악관 고문직을 사임하고 낙향했던 캐런 휴스 국무부 홍보담당 차관의 스토리도 다시 거론됐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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