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 구사자’ 18명 세상 떠나면… 만주어도 땅에 묻힐 판

  • 입력 2007년 3월 19일 1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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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빨리 잠 들거라. 네가 자야 엄마가 일을 할 수 있단다."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의 외진 마을 싼지아찌에 사는 멩 슈징 씨(82)는 손자에게 가끔 이런 자장가를 들려준다.

그녀가 부르는 자장가는 중국어가 아니라 사어(死語)로 분류되는 만주어 자장가다. 뉴욕타임스는 18일 중국의 유일한 만주어 사용지역인 동북부 마을 르포를 통해 사멸위기에 놓인 만주어의 운명을 조명했다.

만주족은 청나라를 세워 중국을 지배했지만 1911년 청나라가 멸망한 뒤 급속하게 한족에 동화됐다. 중국에서 자신을 만주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1000만 명 정도. 대개 랴오닝(遼寧)과 질린(吉林), 헤이룽장 성 등 중국 북동부지역에 거주한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모국어인 만주어를 말할 줄 모르며 문화도 한족이 주도하는 중국 문화에 동화됐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언어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이용해 중국 동북부의 고립된 마을인 싼지아찌에 사는 80대 이상의 노인 18명만 만주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실정이라고 소개했다. 이들마저 세상을 떠나면 만주어는 지구상에서 실용어로서의 역할이 소멸된다.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들은 이번 세기 말까지 전 세계 6800개의 언어 중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 중 만주어처럼 급격하게 쇠락한 언어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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