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스인훙]동아시아 공동체는 가능한가

  • 입력 2007년 3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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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역사는 이 지역 고대, 현대, 당대의 역사이자 지역 민족의 개별사이며 민족 간의 관계사다. 그런데 어느 시대의 역사든지 동아시아가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장애 요소를 갖고 있다.

동아시아 고대사의 골간은 ‘중화제국’이지만 다른 민족의 생존 및 발전의 역사도 매우 중요하다. 중국인은 중화제국을 위대하고 휘황찬란한 제국으로 느낀다. 중국인에게 ‘휘황’이란 문명과 문화적 성취를 뜻한다. ‘위대’란 왕도(王道)와 평화적 교류, 인도주의를 담고 있다.

반면 동아시아의 다른 국가, 특히 중국과 영토를 접하는 국가가 보는 ‘중화제국’ 개념에는 중국인이 의식적으로 무시하거나 부인하는 요소가 많다. 이들의 중화제국에 관한 기억은 중국인과 차이가 크다.

이런 점은 역사 논쟁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급부상하는 중국을 우려의 대상으로 보도록 만든다. 중국인이 고대의 휘황찬란한 역사를 얘기할수록 주변국은 동아시아의 미래를 우려한다.

한편 동아시아 현대사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1894∼1945년 일본의 침략 및 식민지 침탈의 역사다. 다른 하나는 동아시아 각국의 ‘현대 민족주의’ 발전이다.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침탈에 대한 저항은 이 지역 민족주의 생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일본은 자국의 침략 및 식민지 침탈의 역사를 잊고 싶어 한다. 심지어 부정하기도 한다. 이런 일본의 태도는 중국과 한국이 역사문제를 다시 제기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동아시아의 현대 민족주의는 유럽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유럽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과도한 애국주의 및 배타적인 민족주의와 단절됐다. 그러나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각 민족에 현대 민족주의라는 근본적인 관념이 심어졌다. 심지어 최근엔 대참화를 초래했던 일본의 민족주의마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동아시아 당대의 냉전사 역시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불리한 유산을 남겼다. 중국인은 미일 및 한미 군사동맹을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본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중국이 중앙집권적 전제주의 국가이며 자유민주주의 가치관과 절대 어울리지 않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냉전으로 민족이 분단된 한국은 중국과 일본 미국 심지어 한국 스스로에도 종종 과도한 의구심과 우려를 나타낸다.

게다가 중국과 한국 일본 북한은 냉전시대 미국의 영향으로 군사동맹이라는 냉전의 유산을 갖고 있다. 동아시아는 여전히 미국의 정책 및 전략에 영향을 받고 있지만 미국은 이 지역 공동체 창설에 냉담하다.

결국 동아시아 각 시대의 역사는 지역공동체 형성에 무거운 부담을 준다. 이런 부담에서 벗어나려면 반드시 ‘진리’와 ‘화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역사를 대해야 한다.

‘진리’란 자국뿐 아니라 다른 민족의 각도에서 역사를 인정하고 직시하는 태도다. 중요한 것은 일본이 현대사의 침략과 식민지 침탈의 역사를 직시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화해는 자국뿐 아니라 타국민의 기억과 감정을 중시하는 데서 출발한다.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더 중시하는 태도다. 긴요한 국가이익이 달린 게 아니라면 역사 논쟁을 미래로 미뤄 놓는 게 낫다.

결국 평화와 안정, 공동번영의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인지는 이 지역의 각국 정부와 국민이 이 같은 태도와 이념으로 복잡한 동아시아 역사, 특히 국가 간 관계사를 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스인훙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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