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VS“근거있냐”…위안부 관련 미일 언론 격돌

  • 입력 2007년 3월 7일 15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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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일본 총리
아베 일본 총리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일본 언론이 격돌했다. 발단은 “위안부 강제 동원 증거는 없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난 5일 발언에서 비롯됐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6일 ‘위안이 아니다’(No Comfort)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당시 행위는 상업적 성매매가 아니라 일련의 성폭행”이라며 “일본 의회는 솔직하게 사과하고 생존자들에게 공식적인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관한 진실을 인정하는 것이 창피한 과거를 극복하는 첫 단계이다. 일본은 위안부 동원에 대해 사죄했던 1993년 고노 담화를 축소시키려 할 것이 아니라 더욱 확대해야 한다. 진실을 왜곡하려다가는 치욕만 당할 뿐이다. 아베 총리는 추락한 일본의 국제적 신망을 회복하는 것보다 자민당 내 우파의 지지를 얻는 데 더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관한 모든 책임을 인정하길 바라고 있는 나라는 미국뿐만이 아니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은 7일 일제히 “위안부 강제 동원 근거가 있느냐”며 강력 반발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위안부문제, 핵심에 눈감은 논의는 하지 마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종군위안부 문제의 핵심은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 여부’”라고 전제한 뒤 “일본 정부의 조사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문서는 없고 역사가 사이에서도 ‘이러한 사실은 없었다’는 것이 정설”이라며 “(美하원에) 결의안을 제출한 의원들은 이를 뒤엎을 확실한 자료가 있느냐”고 따졌다.

“아베 총리는 국회에서 ‘결의안은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아소 외상도 같은 견해를 보이며 ‘심히 유감이다’고 했다. 곡해로 가득한 결의안인 이상 정부는 사실을 정확히 설명하고 채택을 저지해야 한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모집에 대해 좁은 의미의 ‘강제성’을 뒷받침하는 증언은 없다며 일본군에 의한 강제연행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민간업자에 의해 본인의 뜻에 반하는 넓은 의미의 강제성은 있었고, 그런 케이스는 군에 의한 강제연행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제성을 확대해석해 핵심에 눈을 감은 채 거짓을 말하는 일부 언론이나 국회의원들은 향후 국내외에 잘못된 인식만 확산할 뿐이다. 위안부 문제가 몇 번씩이나 되풀이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 연행했다고 기술돼 있는 ‘1993년 고노 관방장관의 담화’ 때문인데, 그 담화는 사실이 아니다.”

산케이신문도 ‘위안부결의안 임시방편 대처가 화를 불렀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美하원에 제출된 결의안의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일본은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게 됐다”며 “옛 일본군과 일본인의 명예가 부당하게 훼손될지도 모른다”고 개탄했다.

“고노담화의 작성에 관여한 이시하라신타로 당시 관방부장관은 ‘관계 각성청이 국내외서 철저히 조사했지만 정부나 군이 여성의 강제연행을 지시했다는 문서나 증거는 일절 없었다’고 했다. 근거는 한국의 위안부 여성들 16명의 말 뿐이다. 강제성을 인정한 것은 한국 정부의 강한 요청으로 인해 고노 전 관방장관과 미야자키 전 수상이 정치적으로 판단한 결과이다. 일시적으로 양보하고 사죄하면 그 후 대일 비판이 진화되리라고 판단한 것 같은데 실제로는 정반대였다. 일본 정부에 대한 책임 추궁이 더욱 높아졌고, 이번 하원결의안도 ‘고노담화가 근거가 됐다. 당시 임시방편의 대처가 화를 불렀다. 지금 고노회담의 전면 검토를 말하면 거꾸로 반일 세력에게 과대해석과 반일선언의 재료를 제공해줄지도 모른다는 판단이 있을 수도 있다. 일본의 명예 회복에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고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반드시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제기할 용기가 필요하다.”

‘일본군 종군위안부 결의안’이 지난달 31일 미 하원에 제출된 이후 국제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미 언론들은 연일 세계 여론을 소개하면서 “성폭행이다. 진실을 인정하고 사과ㆍ보상하라”며 일본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일본정부와 언론은 ‘결의안’ 채택을 저지하기 위해 백방으로 움직이며 “위안부 강제 동원 근거는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향후 미 의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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