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헤지펀드 亞 신흥시장 교란

  • 입력 2007년 3월 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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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주가 폭락 쇼크로 한 번 흔들린 아시아 증시는 쉽게 안정을 되찾지 못했다.

1일 일본과 대만, 홍콩 등 주식시장이 모두 내림세를 이어갔고, 반등에 성공했던 중국 증시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휴일인 3·1절 휴장 후 2일 문을 여는 한국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애널리스트들은 한국 증시가 약보합권에 머물면서 일단 상황을 관망할 것으로 예상했다.

▽충격의 후유증=이날 중국 증시에서는 중국은행과 공상은행 등 최근 주가 상승세를 견인했던 은행주들이 대거 약세를 보였다. 최근 수익률이 좋았던 종목을 중심으로 현금화를 시도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이어졌다.

일본 도쿄 증시는 중국 증시 여파에 미국 경기 둔화에 대한 어두운 전망까지 겹치며 무기력한 장을 연출했다. 비중이 높은 대미수출에 먹구름이 끼면서 도요타 등 수출주가 하락세를 주도했다. 그나마 앞서 미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선 데 힘입어 낙폭은 1% 미만으로 줄기는 했다.

대만도 뒤늦은 하락세에 동참했다. 전날 공휴일로 휴장했던 증시는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매도 행렬에 동참하면서 급락했다. 2.83% 떨어진 자취안지수는 지난해 8월 21일 이후 6개월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중국 기업 의존도가 높은 홍콩 증시 역시 중국 증시의 여진으로 하락장세를 보였다. 싱가포르 증시도 상승세로 출발했으나 결국 마이너스로 장을 마쳤다.

▽무엇 때문에?=아시아 증시가 중국발 충격에 휘청거린 데에는 헤지펀드 같은 투자자금이 엄청난 속도와 규모로 국경을 넘어 움직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2001년 정보기술(IT) 분야의 ‘거품’ 붕괴 이후 주요 국가들이 금융완화정책을 펼치면서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 투자자들은 아시아 신흥시장에 거액의 투자를 해놓은 상태.

특히 바닥 수준인 일본의 금리는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로 자금을 대출받은 뒤 다른 통화권의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것)로 이어지며 이런 자금 흐름을 부추겼다. 일본의 현재 금리는 두 차례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0.5%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5.2%), 유럽(3.5%)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과 요미우리신문은 이런 일본의 저금리 현상을 전하며 “엔화 자금이 폭락을 가속화했다”고 보도했다. 앞으로의 시장 전망을 어둡게 본 투자자들이 급히 아시아 지역에 투자했던 돈을 빼내면서 한꺼번에 환매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달 28일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가 2% 이상 오른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후쿠이 도시히코(福井俊彦) 일본은행 총재는 “국경을 초월해 자금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환경에서는 금융정책이 국제적으로 가져올 파급효과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일본의 저금리가 앞으로 몇 달간 계속될 것이고 장기투자에 묶인 자금도 많은 만큼 대규모 엔화 상환이 가속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엇갈리는 전망=아시아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약세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투자자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낙관론을 펼쳤다. AFP통신에 따르면 중국 현지 펀드매니저들은 “최근 1년간 130%나 올랐으니 당분간은 조정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과 동반 상승세를 즐겨온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마찬가지.

다만 이번 쇼크가 중국에서 촉발됐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수면 위로 노출시켰다는 점에서 미국시장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받을 타격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美증시 ‘버냉키 효과’ 볼까

“美 성장계속” 발언에 일단 안정

다우 하락세 출발… 불안감 여전

미국 경제에 대한 벤 버냉키(사진)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긍정적인 발언에 힘입어 지난달 28일 안정세로 돌아섰던 뉴욕 증시가 하루 만에 급락세로 장을 시작했다.

‘차이나 쇼크’로 지난달 27일 3% 넘게 떨어졌던 뉴욕 다우지수는 28일에는 0.43% 상승하며 장을 마감했다.

이날 뉴욕 증시가 상승 곡선을 그렸던 것은 버냉키 의장의 하원 예산위원회 증언 때문. 그는 “미국 경제는 완만한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때 월가에서는 시장이 ‘버냉키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버냉키 효과’는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1일 일본과 대만, 홍콩 주식시장은 물론 반등에 성공했던 중국 증시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자 뉴욕의 투자심리도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아시아 증시의 하락 영향으로 1일 개장한 뉴욕 증시는 하락세로 시작했다. 다우 지수는 갈수록 하락폭이 커져 이날 오전 9시 45분(한국 시간 1일 오후 11시 45분) 기준으로 197.47포인트(1.6%) 하락했다. S&P 지수도 같은 시간 1.7% 하락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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