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가 ‘비숍 폭탄우편물’ 공포

  • 입력 2007년 2월 1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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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 당신은 이제 죽었어.”

1월 31일 미국 캔자스에 있는 금융회사인 아메리칸센추리투자사. 정체를 알 수 없는 우편물이 배달돼 우편물 담당자가 열어보니 이런 내용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우편물 안에는 파이프 폭탄도 있었다. 전원을 빼놓고 폭약, 전선 등 모든 장치가 연결돼 있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아직까지 범인은 사람을 죽이기보다는 협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폭발물은 정전기나 휴대용 라디오를 통해 전원을 공급받으면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을 만큼 정교하다”고 밝혔다. 발신인은 비숍(bishop). 주교라는 뜻과 함께 체스에 등장하는 말의 이름이기도 하다.

다음 날인 2월 1일 똑같은 형태의 파이프 폭탄이 시카고 금융회사인 퍼킨스-울프-맥도넬사에 배달됐다. 발신인은 역시 비숍.

미국 금융회사에 ‘비숍 폭탄’ 경계령이 내려졌다. 일각에선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 중반까지 우편물 폭탄테러로 3명을 살해하고 28명을 다치게 한 유너바머(Unabomber)와 유사한 형태의 우편물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비숍이 처음 출현한 것은 2005년 10월. 그는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특정 회사의 주식 가격을 6.66달러로 조작할 것을 요구했다. 문제는 그의 협박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

2005년까지만 해도 단순 협박에 그쳤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천국에서 섬기는 삶보다는 지옥에서 지배자가 되는 게 낫다”는 말과 함께 “주가조작을 하지 않으면 테러를 감행하겠다”며 협박 수준을 높였다. “유너바머처럼 우편물을 통해 폭탄을 보내는 것은 매우 쉽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 실제로 폭발물을 보내기 시작한 것. FBI는 우체국, 금융회사 등과 공조해 비숍의 정체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수사에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태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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