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美, 이란과 갈등해결 나설 때

  • 입력 2007년 2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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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정책에 관한 문제를 하나 내보겠다. A국과 B국 중 어느 나라가 미국의 동맹인지 얘기해 보라.

A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고 친미(親美) 온건파 이슬람 연합정부를 세우는 데 적극 협력했다. A국은 어느 정도 자유로운 선거를 실시한다. A국에서 여성은 투표권을 갖고 공직에 진출할 수 있으며 대학생 중 다수를 차지한다.

9·11테러 때 A국은 미국을 지지하는 주민들의 시위가 벌어진 이슬람권 내 일부 국가 중 하나였다. A국의 급진파 대통령은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량학살)를 부정하는 회의를 개최했다. 1개월 뒤 실시된 A국의 지방선거에서 대통령 측 후보들은 온건 보수파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에 의해 대거 낙선했다.

A국은 친미 시아파 이라크 정부가 성공하기를 원한다. 비록 이라크와 인접해 있지만 A국은 이라크에 자살폭탄 테러범을 보내지 않았다. 또 오랜 세월 국내의 기독교인과 유대인을 보호해 왔다. A국의 이슬람 종파는 알 카에다의 허무주의를 거부한다.

B국을 보자. 9·11테러 때 19명의 비행기 납치범 중 15명이 B국 사람이었다. B국은 여성의 운전, 투표, 출마를 금지한다. B국에서 교회나 유대회당, 불교 사찰을 짓는 것은 불법이다. B국은 탈레반 정권에 재정적 지원을 했다.

B국 국민의 개인적 자선금은 알 카에다로 흘러간다. B국의 이슬람사원 출신 젊은이들은 이라크에서 자살폭탄 공격에 가담해 왔다. B국은 이라크 시아파 정부가 실패하기를 바란다. B국 지도층은 친미적이지만 국민은 미국에 적대적이다.

어느 국가가 미국의 자연스러운 동맹인가.

당연히 A국이다. A국은 이란이고 B국은 사우디아라비아다.

물론 이란은 미국에 대한 테러리즘에 연루돼 왔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중요한 시점에 미국을 지원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9년 팔레비 왕조의 몰락 이후 미국과 이란의 적대관계가 변할 수 없는 근본적 관계는 아니다. 미국은 이란과 많은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모하마드 호세인 아델리 전 영국 주재 이란대사도 최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란에서는 미국에 계속 강경한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이란은 이제 미국과 대화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돼 있다.”

일부에선 “중동에서 미국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이라고 주장하는데, 그건 틀렸다. 가장 중요한 일은 이란과 미국 간의 갈등 해결이다.

이란과 미국의 갈등이 해결되면 중동 전체에 변화가 올 것이고 이-팔 분쟁 해결의 길이 열릴 것이다. 이란이야말로 하마스와 헤즈볼라, 시리아의 핵심 후견인이었기 때문이다. 이란의 지원은 이라크 안정화에도 결정적이다.

이게 바로 내가 이란과의 전쟁을 반대하고 협상을 선호하는 이유다. 이란을 카스트로 정권의 쿠바처럼 고립시키는 것은 ‘이란의 카스트로’가 힘을 키우게 만드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 하지만 이란과의 대화가 결실을 보려면 우리는 나름의 지렛대를 갖고 협상해야 한다.

먼저 이란에 미국을 중동에서 쫓아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이란 지도부를 압박하기 위해 기름 값을 내려 강경세력을 재정적으로 파산시켜라. 이와 동시에 미국은 이란의 정권 교체가 아닌 행동 변화를 추구할 뿐이고 테헤란에 미국 대사관을 재설치하길 원하며 이란 젊은이 5만 명에게 미국 유학비자를 내주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한 뒤 이란 내에서 벌어질 굉장한 토론을 느긋이 지켜보자.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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