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동북공정 52% 한국관련]고구려-발해 역사왜곡에 집중

  • 입력 2007년 1월 2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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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동북아역사재단 중국자료실에 비치된 중국 동북공정 관련 서적들. 한국의 고대사를 중국사로 뒤바꾸려는 중국의 동북공정이 31일로 일단 공식 마감하지만 중국 정부와 학계의 역사왜곡은 오히려 강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동북아역사재단 중국자료실에 비치된 중국 동북공정 관련 서적들. 한국의 고대사를 중국사로 뒤바꾸려는 중국의 동북공정이 31일로 일단 공식 마감하지만 중국 정부와 학계의 역사왜곡은 오히려 강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중국 산시 성 윈청 시 관제묘(관우의 묘)에 걸려 있는 중국 삼국시대의 전국지도. 한반도지역을 뺀 고구려의 영토가 그려져 있어 고구려(오른쪽 위)를 중국의 일부로 여기고 있음을 뚜렷이 보여 준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중국 산시 성 윈청 시 관제묘(관우의 묘)에 걸려 있는 중국 삼국시대의 전국지도. 한반도지역을 뺀 고구려의 영토가 그려져 있어 고구려(오른쪽 위)를 중국의 일부로 여기고 있음을 뚜렷이 보여 준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2년 2월 시작된 중국의 동북공정이 31일을 끝으로 당초 계획된 5년간의 공식 활동을 일단 마무리한다.

동북아역사재단의 이인철 책임연구위원이 지금까지 그 전모가 확인되지 않은 동북공정 연구과제 114개(공문 7개 포함)를 추적해 이를 분석한 자료는 동북공정의 전체 그림을 그리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중국사회과학원 변강사지연구중심은 2002∼2004년 홈페이지를 통해 동북공정 연구과제를 공모했다. 연구과제는 크게 일반 공모를 거치는 일반과제와 연구자를 지정해 위탁하는 위탁과제로 나뉜다. 위탁과제는 공개되지 않는다.

이들 연구과제는 △고대중국강역(국경)이론 △동북지방사연구 △동북민족사연구 △고조선·고구려·발해사 등 한국고대사 △한중 관계 △중-러 관계 △공문서·문헌정리와 번역 등 7개 계열로 나눌 수 있다.

7개 계열 아래 다시 2002년 1차연도 기초연구분야 27건 등 총 52건, 2003년에는 20건, 2004년에는 15건 등 세부과제가 공시됐으며 연구신청서를 받아 심사를 통해 공식 채택되면 공식 ‘연구과제(입항·立項 과제)’로 등록된다.

○ 동북공정의 주제별 분석

이 책임연구위원이 확보한 것은 이들 연구과제의 목록과 연구자 이름, 소속기관의 정보다. 연구과제는 2002년 50개, 2003년 45개, 2004년 7개, 2005년 12개 등 모두 합쳐 114개다. 2005년과 2006년 연구과제는 모두 위탁과제였기 때문에 공개되지 않았는데 이 연구위원은 2005년 연구과제도 입수했다. 변강사지연구중심이 사실상 2006년 후반기에 동북공정을 마무리 지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2006년 연구과제는 많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조사결과는 “동북공정의 성과물이 100권이 넘을 것”이라는 동북공정 실무 책임자 마다정(馬大正) 변강사지연구중심 동북공정 전문가위원회 전 주임의 발언과도 부합한다.

7개 계열 중 공식적인 한국 관련 계열은 한국고대사와 한중 관계 2개다. 그러나 다른 계열의 연구과제에서도 한국고대사나 한반도와 관련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연구원은 단순히 제목만 보고 한국 관련을 추정했을 때 공문서류 7과제를 제외한 107개 연구과제의 52%(56개)이고, 내용까지 분석하면 그 비율이 70%를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중-러 관계 연구과제가 전체의 17%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동북공정의 칼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가 분명해진다.

마다정 전 주임의 후임인 리성((려,여)聲) 주임은 지난해 9월 “한국 관련 주제는 동북공정 전체의 10%도 안 된다”며 동북공정에 대한 한국 측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는 그의 주장이 허구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 준다. 또 한국고대사 관련 51개 연구과제가 고구려(48%)와 발해(26%)에 집중된 점도 확인됐다.

○ 누가 동북공정 연구과제를 수행했나

연구책임자의 소속이 확인된 103개 과제를 기준으로 97명의 연구 인력이 투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 2개 이상의 과제를 수행한 인물로 중국사회과학원의 마다정, 리성과 리다룽(李大龍), 헤이룽장(黑龍江) 성 사회과학원의 부핑(步平), 장쭝하이(張宗海), 동북사범대의 리더산(李德山) 등 8명으로 조사됐다.

이들 연구원의 소속을 분석했을 때 동북공정이 중국 중앙정부와 동북3성의 합작품이라는 점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가장 많은 연구를 수행한 지역은 중국동포가 많은 지린(吉林) 성이 46%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그 다음은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헤이룽장 성으로 21%였다. 세 번째는 랴오닝(遼寧) 성을 제치고 베이징(北京)이 차지했다. 그 베이징 학자 18명 중에서 14명이 사회과학원 학자였다.

2002년 위탁과제로 드러난 쉬원지(徐文吉) 지린대 교수의 ‘조선반도 남북통일 진전 및 그것의 중국에 대한 영향 연구’는 동북공정이 한반도의 유사시에 대비한 국가안보 차원의 포석이기도 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쉬원지 교수는 김일성종합대에서 유학했으며 지난해 4월 북한 인민문화궁전에서 지리학 국가박사학위를 받을 만큼 북한통으로 정평이 난 경제학자다.

2006년 국내에도 ‘동북공정 고구려사’로 번역 소개된 마다정·겅톄화(耿鐵華)·리다룽 등의 ‘고대중국 고구려사 속론’이 2002년 5개의 위탁과제 중 하나라는 점도 새롭게 드러났다.

2003년도 연구과제 중 리더산의 ‘조선반도 민족·국가의 기원과 발전’에 대한 과제 지침을 보면 삼한·신라·백제 등의 민족 기원 연구가 포함돼 있어 공간적으로 고구려뿐 아니라 신라·백제까지 연구를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또 ‘중국과 조선반도 고고문화학 비교연구’와 ‘중국과 조선반도 석기시대·청동시대 고고문화학 비교연구’ 같은 연구과제는 시기적으로 선사시대까지 포괄하고 있다.

▼5년간 작업 마무리… 기초공사 끝냈을 뿐▼

지린성 사회과학원으로 추진주체 이동

○ 끝났으되 끝나지 않은 동북공정

동북공정의 공식 종료가 중국의 역사왜곡의 중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동북공정의 5년은 토양을 다지고 씨앗을 뿌린 기초 작업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동북공정이 추진되는 동안 중국 지린 성-헤이룽장 성-랴오닝 성 산하의 사회과학원과 문물고고연구소, 주요 대학마다 동북공정의 논리로 무장한 연구원을 대거 양성하고 그들의 근거지가 될 연구기관들을 만들어 놨기 때문이다.

전호태 울산대 교수는 “동북공정은 동북3성 곳곳에 중국 측 논리에 입각해 학문연구물들을 생산해 낼 일종의 신형 엔진을 설치하는 인프라구축사업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인프라가 깔리고 나면 더 왕성한 학문연구물들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고구려연구회의 서길수(서경대 교수) 이사장은 29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릴 ‘중국의 동북공정 5년 그 성과와 한국의 대응’이라는 토론회에서 발표할 논문에서 동북공정의 추진 주체가 이미 변강사지연구중심에서 지린성사회과학원으로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2004년 창간된 지린성사회과학원 ‘동북사지’라는 잡지에 3년간 실린 동북공정과 유사한 주제의 논문이 301편에 이르며 고구려 관련 논문이 106편, 발해 관련 논문이 17편, 고조선 관련 논문이 9편에 이른다는 점을 제시했다.

서 교수는 ‘동북사지’의 사장이자 지린성사회과학원 부원장인 장푸유(張福有)가 마다정이 이끈 동북공정 전문가위원회 소속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2004년 이전까지만 해도 고구려 관련 논문을 단 한편도 쓰지 않았던 사람이 그해에만 5편의 고구려 관련 논문을 발표하며 고구려전문가로 둔갑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2004년 한국 측의 반발이 거세진 시점에서 장푸유가 동북사지를 창간하고 무려 300여 편의 논문을 게재했다는 것은 변강사지연구중심으로 쏠린 한국의 국가적 관심을 우회하면서 지린성사회과학원을 통해 그 연구를 진행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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