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벌천하 아프간-소말리아 내부 불만세력 지원이 해법”

  • 입력 2007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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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2004년 영국 BBC 기자는 수도 모가디슈 공항에서 호텔까지 가는 데 검문소만 7개를 지났다. 각기 다른 군벌이 통제하는 지역을 지날 때마다 이른바 ‘수도 입장료’를 내야 했다. 이곳에서 납치와 살인은 ‘허용된’ 분쟁 해결 방법이다. 해안은 해적들로 들끓고 시중엔 위조 화폐가 넘쳐 난다. 자동소총과 위조 여권은 드러내 놓고 팔린다.

#아프가니스탄=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매년 지방 군벌들과 세금징수액을 협상한다. 2005년 허울뿐인 선거를 통해 구성된 의회 구성원의 80%는 불법 무장세력. 정부 요직을 차지한 군벌들은 대리인을 통해 자기 지역을 통치한다. 주요 국가수입은 불법 마약 거래와 국경 통행세로 군벌들이 통제한다.

두 나라의 현실은 11∼15세기 중세 유럽의 봉건체제나 20세기 초반(1911∼1949년) 중국의 군벌체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킴벌리 마턴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국제문제 전문지 ‘인터내셔널 시큐리티’ 봄호에 실린 논문 ‘비교적 관점에서 본 군벌주의(Warlordism in Comparative Perspective)’를 통해 과거와 현대의 군벌체제를 비교했다.

마턴 교수는 이들 체제가 모두 ‘카리스마를 지닌 군사 지도자가 추종세력의 충성심을 바탕으로 영토의 일부를 지배하는’ 군벌주의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유럽과 중국에서 군벌체제를 극복하는 데는 두 가지 핵심 요소가 있었다. 내부에 강력한 경제적 불만 세력이 형성되고 변화를 추동하는 새로운 외부 사상이 유입돼야 한다는 것.

일본 군벌체제 도쿠가와(德川) 막부의 경우는 이와 달랐다. 미약한 상인세력과 강력한 쇄국정책 탓에 일본은 두 가지 요소가 결여된 상태에서 ‘위로부터의 혁명’인 메이지(明治) 유신이 일어났다.

이런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훨씬 개방돼 있는 소말리아가 여전히 폐쇄적인 아프가니스탄보다 쉽게 군벌체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마턴 교수는 전망했다.

군벌체제 극복을 위해 국제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마턴 교수는 △경제적 불만 세력에 지원의 초점을 맞추고 △외부와의 소통을 위해 교통·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며 △외부 사상의 전파를 위해 문맹 퇴치 캠페인을 벌일 것을 제안했다.

이 같은 분석은 한반도의 미래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국제문제 전문가 로버트 캐플런 씨는 지난해 월간 애틀랜틱 기고를 통해 북한의 7단계 붕괴 과정을 소개했다. ①자원의 고갈 ②인프라 유지 불가 ③지방 군벌들의 독립 영지 등장 ④김정일 정권의 진압 시도 ⑤군벌들의 저항 ⑥정권의 파열 ⑦새로운 지도부 구성이 그것.

캐플런 씨는 “북한이 1990년대 중반 4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이나 이후 미국의 식량 원조와 중국, 남한의 지원금 덕분에 지금은 3단계로 되돌아갔다”고 진단했다.

그의 분석은 다소 앞서 간 느낌이 적지 않지만 탈북자가 속출해 국경 통제도 못하는 현실 속에서 북한 정권이 통제력을 상실해 가는 조짐은 곳곳에서 보인다. 김정일 정권의 쇠락과 함께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군벌체제는 남한과 국제사회가 대비해야 할 북한의 미래일지 모른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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