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경제읽기]“유럽 혼자 지구 지키나”

  • 입력 2007년 1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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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내 기업인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주 EU 집행위원회가 새롭게 발표한 온실가스 규제 때문이다. 집행위는 ‘2020년까지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에 비해 20% 줄이도록 하자’는 새 기준을 제시했다. ‘2012년까지 8% 감소’라던 기존의 목표치에서 한 걸음 더 나간 것.

2020년까지 달성해야 할 목표는 또 있다. 풍력 같은 재생 에너지 비율을 전체 에너지 생산량의 20%로 높여야 하고, 교통용 원료의 10%는 바이오 원료를 사용해야 한다.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도 한층 강화했다.

기업인들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당장 기업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에 불만이다. 이미 2년 전 발효된 교토(京都)의정서로 대부분 기업에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규제가 까다로워질수록 비용은 더 늘어난다.

더 큰 불만은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 국가인 미국을 비롯해 호주, 중국, 인도 등 주요 경쟁 국가들이 교토의정서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 기업인들은 “왜 다른 나라들은 규제를 피해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는데 우리만 이렇게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며 볼멘소리를 한다. 유럽사용자협회(UNICE)는 새 목표치 발표 직후 집행위를 찾아가 ‘유럽 경제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업계의 위기의식을 전했다.

집행위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린다. 환경 담당 집행위원은 현재의 기후 변화 양상을 ‘전쟁과 같은 심각한 상황’으로 본다. 당연히 일부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비상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산업 담당 집행위원은 “EU가 환경 분야에서 리더십을 보여주는 건 좋지만 아무도 따라오지 않으면 유럽 경제만 타격을 입게 된다”고 반박한다.

교토의정서 발효에 따른 직간접적인 비용 증가로 이미 타격을 입은 기업도 나오고 있다. 노르웨이의 한 알루미늄 생산 업체는 전기요금이 크게 인상되자 독일에 있던 공장 2곳을 닫았다. 이 회사는 교토의정서가 적용되지 않는 나라에 새로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프랑스의 한 철강 업체도 일부 공장의 폐쇄를 고려 중이다.

EU 정상들은 3월 집행위가 제시한 새 기준에 대해 논의한다. 하지만 EU의 “내일을 위해 오늘 행동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기업 측의 “취지는 좋지만 지금 당장 너무 힘들다”는 현실론이 팽팽하게 맞서 논란이 예상된다.

금동근 파리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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