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봄에 주석 직 넘겨라”=로이터통신은 이날 중국 최고지도부와 가까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쩡 부주석의 지지자들이 내년 개막하는 제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에서 쩡 부주석에게 주석 직을 이양할 것을 후 주석에게 촉구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한 사람이 세 자리를 모두 맡을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현재 국가주석은 물론 공산당 총서기, 당 및 국가의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등 당-정-군 권력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쩡 부주석 지지자들이 4명의 지도자가 권력을 나눠 가졌던 1950년대 말과 1960년대 초의 집단 지도체제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중국 지도부는 마오쩌둥(毛澤東) 당 총서기, 류사오치(劉少奇) 국가주석,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 주더(朱德) 전국인대 상무위원장 등 집단 지도체제를 구성해 중국을 이끌었다.
집단 지도체제는 1980년대 초까지 계속됐으나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급부상한 장쩌민(江澤民)이 국가주석과 당 총서기, 중앙군사위 주석을 모두 장악하면서 막을 내렸다.
▽주석 직 요구는 후 주석 도운 대가?=로이터통신은 후 주석이 쩡 부주석에게 주석 직을 이양할지 현재로선 매우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통신은 올가을 열리는 17차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최고지도자들 사이에 권력 투쟁이 시작됐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장 전 주석을 정점으로 한 상하이방(上海幇)은 지난해 9월 핵심 인물인 천량위(陳良宇) 상하이 당서기가 비리 혐의로 축출되고, 상하이방의 좌장 격인 권력 서열 6위 황쥐(黃菊) 부총리마저 암 투병으로 올가을 퇴진이 확실시되면서 와해 위기다.
최근엔 상하이방 가운데 권력 서열 4위인 자칭린(賈慶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마저 비리 연루설이 나돌아 자리가 위태위태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상하이방을 대표하면서도 천 서기 축출에 힘을 보태는 등 후 주석을 도운 쩡 부주석이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쩡 부주석은 당내 권력 서열이 5위이지만 후 주석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라이벌로 평가되고 있다. ‘장 전 주석의 오른팔’로 불렸던 쩡 부주석은 후 주석의 권력 장악이 예상되자 재빨리 후 주석에게로 돌아섰다가 최근엔 상하이방을 뛰쳐나와 독자 계보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산당 안팎에서는 올가을 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쩡 부주석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이 물갈이된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정치외교가와 학계 반응=베이징의 정치외교가와 학계는 별로 신빙성이 없다는 반응이다.
먼저 쩡 부주석이 후 주석에게 주석 직을 내놓으라고 할 만한 정치적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999년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당 조직부장을 맡았던 그가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고, 또 일전에 후 주석과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를 놓고 다툼을 벌였을 만큼 기반이 탄탄한 데다 이번 17차 당대회의 준비 작업에서도 실무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막강하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없지 않다고 본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