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서열 5위 쩡칭훙 측 “후진타오, 주석직 내놔라”

  • 입력 2007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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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정치적 라이벌인 쩡칭훙(曾慶紅) 부주석 측에게서 주석 직을 넘겨줄 것을 요구받았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 베이징(北京)발로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올가을에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17차 당대회를 앞두고 핵심 권력자 사이에 중대한 정치 투쟁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정치 외교가와 학계에서는 “그런 징후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별다른 신빙성을 두지 않고 있다.》

▽“내년 봄에 주석 직 넘겨라”=로이터통신은 이날 중국 최고지도부와 가까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쩡 부주석의 지지자들이 내년 개막하는 제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에서 쩡 부주석에게 주석 직을 이양할 것을 후 주석에게 촉구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한 사람이 세 자리를 모두 맡을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현재 국가주석은 물론 공산당 총서기, 당 및 국가의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등 당-정-군 권력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쩡 부주석 지지자들이 4명의 지도자가 권력을 나눠 가졌던 1950년대 말과 1960년대 초의 집단 지도체제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중국 지도부는 마오쩌둥(毛澤東) 당 총서기, 류사오치(劉少奇) 국가주석,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 주더(朱德) 전국인대 상무위원장 등 집단 지도체제를 구성해 중국을 이끌었다.

집단 지도체제는 1980년대 초까지 계속됐으나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급부상한 장쩌민(江澤民)이 국가주석과 당 총서기, 중앙군사위 주석을 모두 장악하면서 막을 내렸다.

▽주석 직 요구는 후 주석 도운 대가?=로이터통신은 후 주석이 쩡 부주석에게 주석 직을 이양할지 현재로선 매우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통신은 올가을 열리는 17차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최고지도자들 사이에 권력 투쟁이 시작됐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장 전 주석을 정점으로 한 상하이방(上海幇)은 지난해 9월 핵심 인물인 천량위(陳良宇) 상하이 당서기가 비리 혐의로 축출되고, 상하이방의 좌장 격인 권력 서열 6위 황쥐(黃菊) 부총리마저 암 투병으로 올가을 퇴진이 확실시되면서 와해 위기다.

최근엔 상하이방 가운데 권력 서열 4위인 자칭린(賈慶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마저 비리 연루설이 나돌아 자리가 위태위태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상하이방을 대표하면서도 천 서기 축출에 힘을 보태는 등 후 주석을 도운 쩡 부주석이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쩡 부주석은 당내 권력 서열이 5위이지만 후 주석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라이벌로 평가되고 있다. ‘장 전 주석의 오른팔’로 불렸던 쩡 부주석은 후 주석의 권력 장악이 예상되자 재빨리 후 주석에게로 돌아섰다가 최근엔 상하이방을 뛰쳐나와 독자 계보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산당 안팎에서는 올가을 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쩡 부주석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이 물갈이된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정치외교가와 학계 반응=베이징의 정치외교가와 학계는 별로 신빙성이 없다는 반응이다.

먼저 쩡 부주석이 후 주석에게 주석 직을 내놓으라고 할 만한 정치적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999년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당 조직부장을 맡았던 그가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고, 또 일전에 후 주석과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를 놓고 다툼을 벌였을 만큼 기반이 탄탄한 데다 이번 17차 당대회의 준비 작업에서도 실무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막강하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없지 않다고 본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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