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모 아니면 도…퇴로없는 베팅

  • 입력 2007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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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절매(손해를 감수하고 주식을 파는 행위)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 준다.”

“위기 앞에서 나약해지지 않고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10일 밤(현지 시간) 미국 전역에 TV로 생중계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새 이라크 전략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표출된 민심과는 정반대로 내달린 새 정책의 앞날에 대해 일단은 “수렁 속으로 더 깊이 뛰어들었다”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

하지만 “발목 잡히지 않고 구상대로 실천되면 장기적으론 옳은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다.

▽치안확보 가능할까=현재 미군 1만5000명이 주둔하는 바그다드에 미군 1만7500명이 15일부터 3단계에 걸쳐 추가 투입된다. 이라크 정부도 5개 여단을 증파할 계획이어서 바그다드의 전력은 미군 3만2500명, 이라크군 2만 명, 이라크 경찰 3만 명으로 증강된다.

미군은 소탕 작전 후 부대로 돌아가는 기존 방식 대신 주요 지역별로 계속 남아서 이라크군과 경찰의 치안유지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미군이 부대로 복귀하면 물러갔던 게릴라들이 다시 침투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수십만 명 규모의 증강이 아닌 이상은 군사적 수단은 종파 간 유혈충돌의 해결책이 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사실 이번 증강으로 이라크 전체 주둔 미군은 15만3000명으로 늘어나지만 이는 2005년 말의 16만5000명보다 적은 수다.

▽‘실업과의 전쟁’이 효과가 있을까=새 이라크 전략의 또 한 축은 젊은 세대를 위한 ‘일자리 만들기’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그동안 “10대 소년에게 50달러만 쥐어주면 미군 지프를 겨냥해 도로변에 폭탄을 설치해주는 게 바그다드의 현실”이라며 “30%를 넘는 실업률 속에서 젊은층에 희망을 줄 일자리 제공이 절실하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라크판 마셜플랜’은 성과가 나타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작업이라는 점에서 당장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반대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까=USA투데이 갤럽 여론조사 결과 증파 반대가 61%인 반면 찬성은 36%에 그쳤다.

상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11일부터 청문회를 열어 문제점을 추궁하고 반대 결의안, 예산삭감 등 반대 투쟁의 수위를 높여 갈 계획이다. 이라크 정부도 미군 증강을 내심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확정적이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실패를 인정하고 손을 터는’ 대신 ‘더 큰 실패가 될 공산이 크지만 성공 가능성도 있는 모험’을 택한 부시 대통령의 선택은 겹겹이 난관에 둘러싸여 있는 형국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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