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가스대란 재현되나” 전전긍긍

  • 입력 2006년 12월 2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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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로루시=“형제 국인데 가스 값 4배 인상은 해도 너무했다.”

#러시아=“억울하면 가스를 찾아내든지, 수송망을 넘겨주든지….”

#북유럽 국가들=“추운 겨울, 싸움은 그만 하고 가스나 공급하라.”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한겨울의 유럽 대륙에 또 평지풍파를 일으킬 조짐이다.

러시아와 벨로루시는 내년 1월 1일 가스 가격 최종 협상일을 앞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러시아는 형제 국인 벨로루시에 수출하는 가스 가격을 4배 이상 올리겠다고 10월부터 밝혀 왔다. 지금까지 벨로루시에 천연가스를 1000m³당 46달러에 공급했으나 내년부터는 200달러를 받겠다는 태세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로루시 대통령이 지난주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극적인 타결을 시도했으나 무위로 돌아갔다.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당시 크렘린에서 열린 오찬에도 참석하지 않고 벨로루시 수도 민스크로 되돌아갔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가 최대 주주인 가스프롬사는 25일 수정 협상안을 내놓았지만 벨로루시로서는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가스 가격을 2배가량 올리는 대신 벨로루시 가스수송회사인 벨트란스가스사의 지분을 양도하라는 것.

새해 첫날 협상이 결렬될 경우 올해 1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가스 공급을 중단했던 것처럼 벨로루시로 수출되는 가스도 끊길 소지가 있다.

이 경우 그 여파는 폴란드 독일 등 북유럽 국가에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은 천연가스 25∼30%를 러시아에서 도입하고 있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수출하는 가스 중 20%는 벨로루시를 통과한다.

북유럽 국가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들여오는 가스량을 확대하기로 했다. 러시아에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체에너지 개발과 가스 수입 다변화에 실패한 일부 유럽 국가들은 올해 공급이 일시 중단됐던 우크라이나 가스관에 다시 의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올해 8월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우크라이나 총리로 기용되자 가스 협상 가격을 1000m³당 230달러에서 130달러로 내린 바 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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