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亞지도자… 뉴스위크 “필리핀 등 극심한 사회혼란”

  • 입력 2006년 12월 23일 02시 56분


코멘트
“태국의 군사 쿠데타, 필리핀 정국 불안, 한국의 불행…. 2006년은 아시아로서는 ‘끔찍한 해(Annus Horribilis)’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 최신호(12월 25일·2007년 1월 1일자 합본)는 올해 반정부 소요사태와 정국불안으로 시종한 필리핀, 쿠데타가 발발한 태국, 정권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한국과 대만 등을 사례로 들면서 이같이 전했다.

뉴스위크는 특히 “한국과 대만의 젊은 두 지도자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데 실패해 곤두박질치는 지지율을 목격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이라는 최대의 안보 위협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모호한 태도를 드러냈고,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은 측근 비리 등의 혐의로 끊임없이 사퇴 압력을 받아 왔다.

이 잡지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아시아의 민주주의 전환은 왜 아직도 취약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불러일으킨다고 전했다. 올해는 냉전 이후 민주화라는 ‘제3의 물결’이 아시아를 강타한 지 20년이 된다.

뉴스위크는 특히 세계화와 그로 인한 불평등으로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회를 운영하기 더 어려워진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했다.

국내총생산(GDP)은 증가했지만 그 보상은 대개 부유층으로 흘러들어가 경제성장이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던 1990년대 중반의 틀이 깨졌다. 게다가 시장 자유화 때문에 빈곤층의 불만을 달래줄 수 있는 지도자들의 정책수단, 예컨대 일거리와 보조금 같은 정책수단이 더 줄어들게 됐다.

뉴스위크는 또 아시아의 급격한 경제성장 이면에는 상당한 불화가 도사리고 있다면서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빨리 빈부의 양극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 로버트 웨이드 교수는 “불평등 수준이 민주주의 불안정과 재산권 위협, 범죄율 증가, 정치적 불안, 낮은 수준의 사회복지와 관련이 있다는 경험적 증거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뉴스위크는 이어 아시아 국가의 선출직 지도자 중 다수가 정부기관을 통해 자기편을 풍요롭게 하고 반대편을 벌주려 한다면서 노 대통령이 재벌 및 언론사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고 지적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을 이끄는 브래드 글로서맨 씨는 “지도자들이 제대로 이끌지 못하고 있다”며 “문제를 풀려하기보다는 정치적 이득을 위해 여론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위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는 좀스러운 당파심을 넘어선 보기 드문 지도자이지만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로 중국 지도부와의 관계를 악화시켰다는 점에서는 지도자로서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일본과 중국 간 관계가 벌어지는 바람에 북한 핵실험 당시 양국이 제대로 공조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

뉴스위크는 아시아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더 큰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는 한 아시아 민주주의는 취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아시아가 급속한 성장을 이뤘지만 지속적인 정세불안으로 일부 성과가 훼손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