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를 확인 사살하는 ‘킬러 저격수’ 등장

  • 입력 2006년 12월 17일 19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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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월 모스크바에서는 자동차 판매상 알렉세이 이바노프 씨가 괴한이 쏜 총에 맞아 그 자리에서 숨진 사건으로 시민들이 한 동안 청부살인 공포에 떤 적이 있었다.

경찰은 3개월이 지나도 범죄 단서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크라이나 출신의 한 불법 체류자가 "내가 사람을 죽였다"고 자백했다. 경찰서 유치장에서 강제 출국을 기다리던 이 우크라이나 인은 "총을 쏘긴 했지만 누가 살인을 지시했는지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우크라이나 인은 저격 행위 뒤 200달러를 받기로 했으나 자신도 죽을 수 있다는 예감 때문에 차를 몰고 달아나다가 도로 순찰대에 붙잡혔던 것. 우연한 자백이 없었다면 이 사건의 진상은 영원히 묻힐 뻔 했다.

올해 하반기 안나 폴릿코프스카야 기자 사망에 뒤이어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전 러시아 연방보안부(FSB) 요원의 독살 사건으로 청부 살인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러시아 조직범죄 전문가들은 "연간 500~700건의 러시아 청부 살인 가운데 범인이 잡힌 사건은 1% 미만"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킬러 고용과 지휘는 FSB, 군, 경찰 출신이 주로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체류자와 약점 많은 외국인을 골라 킬러로 만든 뒤 본국으로 되돌아가게 한다. '국적세탁'으로 추적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킬러를 확인 사살하는 '킬러 저격수'가 등장하기도 한다. 2004년 3월 모스크바의 한 약국 주인이 킬러 저격수를 고용했지만, 정작 저격수는 "초등학교 동창을 죽일 수 없다"며 의뢰인을 신고하기도 했다.

살인 무기는 지금까지 소총이 가장 많았지만 2000년 이후 뜻밖의 독성 물질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2003년 6월 러 국가 두마 의원 유리 셰코치힌 씨는 갑자기 머리카락이 빠진 뒤 숨졌다. 그를 사망에 이르게 한 물질은 탈륨이었다.

정위용 모스크바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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