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다시 보기’…워싱턴의 3가지 새로운 기류

  • 입력 2006년 11월 30일 19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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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시작한 지 3년 9개월 만에 이슬람 종파간 유혈분쟁이 내전 수준에 다다르면서 이라크의 정국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철군시작 가능성, 이라크 정치인의 국가통합 역량, 주변 아랍국가의 지원여부 등 3대 변수가 향후 이라크의 앞날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철군시작?=민주·공화당 출신 고위인사로 구성된 이라크스터디그룹(ISG)은 지난달 29일 "이라크 내 미군 15개 전투여단을 점진적으로 철수시키라. 단, 철군일정은 제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최종 확정했다.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공화)과 리 해밀턴 전 하원 국제관계위원장(민주)이 주도해 만장일치로 채택한 이 보고서는 6일 공개된다.

뉴욕타임스는 30일 "보고서는 부시 대통령에게 '상대적으로 빠른 철군 시작'을 권고했고, 이는 2007년 중 철군시작을 암묵적으로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그렇다고 완전 철군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미군의 전투병력 철군이 시작되더라도 교관 병참전문가는 물론 신속대응군을 포함한 병력 7만 여명은 이라크에 잔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부시 대통령이 이 철군 권고안을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권고안은 이라크 정부의 자구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워싱턴의 불만=그만큼 워싱턴에서는 이라크 정부에 대한 불만이 비등해지고 있다. '누리 알 말라키 이라크 총리 등 이라크 지도부의 국정수습능력이 의심된다'는 내용의 비밀 내부문건이 29일 공개된 것은 이란 기류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스티븐 해들리 안보보좌관이 10월 말 이라크를 직접 방문한 뒤 작성한 5쪽 분량의 문건은 "말라키 총리는 급진적이고 반미성향이 강한 알 사드르 그룹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말라키 총리는 의회의 30석을 갖고 있는 사드르 정파의 도움으로 총리가 됐다.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는 셈이다.

'해들리 보고서'의 공개는 그동안 찰떡궁합을 과시했던 부시-말라키 정부 사이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징후라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부시 대통령은 30일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말라키 총리를 만났지만, 회동 형식을 당초의 만찬이 아니라 조찬으로 '격'을 낮췄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자체 보안병력의 치안유지 강도를 높여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국의 역할=부시 행정부는 요즘 '주변국의 공동노력'을 자주 거론하고 있다. 사실상 나 홀로 전쟁을 시작했고, 나 홀로 재건프로그램을 가동해 온 미국으로선 정치적 한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딕 체니 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을 방문해 '수니파 연대의지'을 보여 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라이스 장관도 1일 요르단 사해의 휴양지에서 열리는 '중동 민주주의 및 발전회의'에 참석한다. 대통령 부통령 국무장관이 며칠 사이로 중동지역을 누비며 주변국의 협조모색에 전력투구해야 하는 것이 미국의 현실이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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