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개방 안 하니 쳐들어간다?…美경제관료 中으로 총출동

  • 입력 2006년 11월 3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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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경제 각료 전원이 다음 달 14, 15일 중국을 방문해 전방위 경제압력을 가한다.

미 재무부는 28일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이끄는 최고위급 대표단이 중국 우이(吳儀) 부총리 등과 고위 전략경제대화(SED)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대표단에는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상무장관, 일레인 차오 노동장관, 마이크 레빗 보건장관, 새뮤얼 보드먼 에너지장관, 수전 슈워브 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존슨 환경보호청(EPA) 청장 등 경제 각료가 사실상 망라됐다.

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벤 버냉키 의장도 대표단에 포함됐다. 뉴욕타임스는 “버냉키 의장의 중국행에서 미국의 압박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해 2020억 달러의 대미(對美) 무역흑자를 기록했고, 공식 발표는 없지만 10월 말쯤 외환보유액이 1조 달러(한국은 약 21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외환보유액의 절반가량이 미국 국채라는 점에서 미국의 경제안보가 중국 손에 달렸다는 인식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당의 중간선거 승리는 부시 행정부의 대중국 압박강도를 한 단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노조는 그동안 “중국산 저가제품 수입, 중국으로의 기업 이전으로 우리의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불만을 표시해 왔고, 대중 강경파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내정자도 이에 공감하고 있다.

이번 미중 전략경제대화는 폴슨 장관의 9월 베이징(北京) 방문 때 첫 윤곽이 공개됐다. 양국 간의 ‘장기 과제’를 논의하자는 구상이었다. 그래서 이름도 협상이 아닌 ‘전략 대화(Strategic Dialogue)’다. 중국의 상품 및 금융 시장의 점진적 개방, 정부개입 환율제도의 장기적 개선, 환경기술 및 석유에너지 의존 탈피 등과 같은 장기 과제가 논의될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의 변화를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다”며 베이징 당국이 당장 개선 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단을 이끄는 폴슨 장관은 골드만삭스 회장 시절 중국을 70여 차례 방문한 월스트리트의 중국통. 부시 대통령에게서 비정상적 미중 경제관계를 바로잡는 협상전권을 부여받았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관측이다.

하지만 중국이 이런 압력에 즉각적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공화당 경제자문단의 일원인 하버드대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중국의 국가 통제, 시장 왜곡, 환경 오염은 심각하다. 그러나 아무리 미국의 요구가 옳더라도, ‘미국 방식이 바람직하니 중국은 따르라’는 태도가 받아들여지겠느냐”며 단기적 성과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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