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외교 투어’ 이번엔 파키스탄

  • 입력 2006년 11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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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인도 방문에 이어 23일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파키스탄 방문에 들어갔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문은 1996년 12월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양국은 후 주석의 방문을 계기로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하고 핵 협력에 합의하는 등 55년에 걸친 끈끈한 ‘맹방 관계’를 과시할 전망이다.

반면 중국과 인도는 후 주석의 방문을 계기로 지난해 초부터 구축해 온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층 더 심화하고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국경 문제를 중심으로 난제를 풀지 못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파, 전방위 협력체제 강화=양국은 후 주석 방문을 계기로 전방위 협력체제를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양국은 먼저 후 주석 방문 기간에 FTA에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이달 초 FTA 주요 사안에 합의했다. FTA가 발효되면 2000년대 들어 매년 20∼40%씩 성장해 온 양국 무역 규모가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핵에너지 협력도 성사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키스탄은 지난해 7월 인도 핵동결을 해제하기로 한 미국에 인도와 똑같은 대우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중국으로 눈길을 돌렸다.

파키스탄은 중국에 300MW급 원자로 6기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양국은 후 주석 방문 기간에 핵에너지 협력 합의서에 공동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파키스탄은 중국 전용 ‘하이얼-루바’ 공단을 선사할 예정이다.

양국 정상은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와 중국 신장웨이우얼(新疆維吾爾)을 잇는 철도와 파이프라인 건설 사업에도 서명할 예정이다.

양국의 이런 행보는 파키스탄을 활용해 인도를 제어하겠다는 중국의 ‘이파제인(以巴制印)’ 전략과 파키스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그동안 파키스탄과 인도가 분쟁을 벌일 때마다 파키스탄을 지원해 왔다.

▽인도와는 냉랭한 구동존이=중국과 인도는 21일 열린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2010년까지 양국의 교역 규모를 400억 달러로 늘리는 등 13개 항에 합의했다. 그러나 양국은 국경분쟁이나 감정의 골이 깊은 티베트 문제는 회담 의제로 꺼내지도 못했다.

후 주석은 22일 인도 여야 정치지도자와 재계 대표를 상대로 연설을 했지만 1000여 석 가운데 청중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푸대접’을 받았다.

중국 언론은 23일 후 주석의 인도 방문으로 “용과 코끼리가 싸우는 ‘용상지쟁(龍象之爭)’이 함께 춤추는 ‘용상공무(龍象共舞)’로 확실히 방향을 틀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서방 언론은 “양국이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고 구동존이(求同存異·의견이 같은 것만 함께 추구하고 다른 것은 그대로 둠)에 머물렀다”고 전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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