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은 지금]“군인이 모자라? 부잣집 아들 보내”

  • 입력 2006년 11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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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엄밀히 말하면 워싱턴을 지켜보는 인터넷 블로거 사이에서 ‘징병제 논쟁’이 뜨겁다.

이 논쟁은 6·25전쟁 참전용사인 찰스 랭글(민주) 하원의원이 징병제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뉴욕 맨해튼의 할렘 지역이 지역구인 이 흑인 의원은 19일 “이라크전쟁에 참전할 군인이 모자라 애를 먹고 있다. 젊은이라면 국방의무를 다하도록 하는 징병제를 복원해야 한다. 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안보 위협을 말하면서 군대 가라는 말은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정치권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내정자는 “지금은 그걸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공화당은 별다른 반응조차 안 보였다. 국방부는 “군은 자원입대한 젊은이로 충분하다. 곧 군대를 떠날 다수의 젊은이를 훈련시키려면 전력에 도움도 안 되고 막대한 예산만 든다”고 반박했다.

정작 논란이 불붙은 곳은 인터넷이다. 미국의 진보 인터넷 매체인 살롱닷컴에는 “왜 부잣집 아들은 군대 안 가고, 저소득층 자녀만 전쟁터로 끌려가나”라는 ‘계급 논쟁’까지 등장하고 있다. 일간 허핑턴포스트 인터넷판에 댓글을 단 한 블로거는 “징병제 하자. 세금 환급받는 액수별로 군에 입대시켜서 고소득층 고학력자를 충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리꾼들은 TV에 나오는 육군과 공군의 모병 광고를 예로 들었다. 흑인이나 라틴계 모델이 대부분인 TV 광고가 뜻하는 게 무엇이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헤리티지재단은 최근 자체 조사한 인구통계를 바탕으로 ‘부자는 군대 안 간다’는 통념을 뒤집었다. 입대 연령(18∼24세)을 소득별로 5등분했더니 오히려 상위 20%의 입대율이 하위 20%보다 높았다는 것이다.

이 재단 팀 케인 박사의 2005년 조사에 따르면 2003년 입대자 가운데 연 소득 5만2000∼20만 달러인 상위 20%에 속하는 가구의 자녀가 22.0%를 차지했고, 2만9000달러 이하인 최하위 20%의 자녀는 14.6%였다. 그는 “2003년 입대자 가운데 백인이 78%, 흑인이 16.3%였다”며 “소득 인종 등에 대한 사회적 통념과 실제 조사는 달랐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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