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날조’ 홍역 앓은 아사히신문, 결론은 ‘현장’이었다

  • 입력 2006년 11월 22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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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 신문으로 꼽히는 아사히신문의 개혁 목표는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지면을 만들기 위한 발 빠르고 유연한 형태로의 조직 개편이다. 마감을 앞둔 아사히신문 편집국 모습.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일본의 대표 신문으로 꼽히는 아사히신문의 개혁 목표는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지면을 만들기 위한 발 빠르고 유연한 형태로의 조직 개편이다. 마감을 앞둔 아사히신문 편집국 모습.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국에서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가 사라진다. 그 대신 ‘정치그룹’ ‘경제그룹’ 등 유연한 형태의 그룹이 들어선다. 각 부서의 장은 ‘편집인(에디터)’으로 바뀌고 다른 부서와의 횡적인 교류체계(네트워킹)가 강화된다. 아사히신문이 준비하는 조직 개혁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도쿄(東京)와 오사카(大阪), 세이부(西部), 나고야(名古屋) 등 4개 본사와 지사, 지국에 기자만 2500여 명이 포진한 이 거대 언론 조직에서 다음 달 1일이면 수천 명 단위의 인사이동을 단행하는 ‘외과수술’이 이뤄지게 된다.》

우선은 모든 부서의 이름이 ‘그룹’으로 바뀐다. 기자들은 ‘편집국원’이 돼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각자 ‘정치’ ‘경제’ ‘사회’ 등의 개별 그룹에서 담당 임무를 맡는다. 또 교육 노동 의료 등 3개 그룹을 각기 기존 부서에서 인력을 빼 신설한다. 이들 3개 테마가 현재 가장 독자의 관심이 높고 중층적인 취재가 필요한 분야라는 판단에서다. 신설된 3개 그룹은 독립된 에디터 밑에서 내년도 아사히신문 지면 개혁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는다.

장기적으로는 정치·경제그룹에도 손을 댄다. 내년 9월 1일을 목표로 정치그룹은 외보부(국제부)와 더해 외교국제그룹과 정치그룹으로 나누고 경제그룹은 경제정책그룹과 산업금융그룹으로 나눈다는 것.

외교국제그룹은 정치부의 외무성 및 방위청 담당과 경제부의 경제외교 담당자, 외보부 기자들 및 해외주재 특파원그룹을 묶는다. 국내 시각으로만 본 외교 보도나 일본의 시점이 빠진 국제 보도의 스타일을 근본부터 바꿔 새로운 유형의 외교 국제보도를 지향한다는 것.

지난해 가짜 메모 보도 사건 등 몇 가지 불상사를 겪은 뒤 아사히신문은 독자들 앞에 ‘뼈를 깎는 개혁’을 다짐하고 1년여에 걸쳐 이 같은 조직 개혁안을 준비했다.

“자꾸만 터지는 불상사,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듯한 느낌, 활기를 잃은 편집국…. 원인을 따져 본 결과 13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신문이 가진 ‘제도 피로’가 우선 꼽혔다. 낡은 틀이 너무 강해 전체가 보이지 않게 돼 버렸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편집국 관계자)

한번 경제부 기자는 영원히 경제부에 남아 차장이 되고 부장이 되는 식의 통풍이 안 되는 구조에서는 관료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지면 제작이나 유연한 인사의 장애가 돼 왔다는 분석이다.

이를 유연한 그룹 형태로 ‘헤쳐 모여’함으로써 ‘지나친 부서 소속 의식’을 없애고 사회 움직임이나 독자 요구의 변화, 지면 전략에 유연하게 부응하는 조직으로 바꾸겠다는 것.

이에 앞서 아사히신문은 4월 1일자로 편집국장을, 지면 제작을 전담하는 제너럴 에디터(GE)와 조직 관리 및 인사를 담당하는 제너럴 매니저(GM)로 이원화했다. 인사권은 GM에 일원화하고 GE와 각 에디터는 오로지 지면 제작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다음 달 1일에는 기자행동기준과 윤리규정 등도 새롭게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조직 개편의 밑그림을 그린 다케우치 겐지(武內健二) GM은 “개혁의 핵심은 ‘좋은 지면’이며 따라서 앞으로도 사회 상황이나 독자 요구에 맞춰 수시로 개혁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조직이 먼저 있고 여기에 맞추는 형태로 업무가 정해졌지만 앞으로는 ‘일이 먼저, 조직은 나중’이 됩니다. 집중적으로 취재 보도할 테마 영역이 나타나면 그에 부응해 기자가 모이고 장기적으로 취재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면 새로운 그룹을 만들게 됩니다.”(다케우치 GM)

한편 이 같은 ‘위로부터의 개혁’에 기자들은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는 쪽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워낙 오랜 기간에 익숙해진 옷을 벗기가 쉽지 않고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루 조간 800만 부, 석간 400만 부를 찍어 내는 이 일본 대표 신문의 개혁은 성공할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 조직개편 주도 소토오카 편집국장

갚袖湄湧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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