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미군 철수하면 이란이 춥다?

  • 입력 2006년 11월 1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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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의 중간선거 참패로 이라크 주둔 미군의 단계적 철군 논의가 제기되면서 이란의 고민도 깊어 가고 있다.

이란 전문 자유기고가인 카말 나제르 야신(가명) 씨는 최근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중동 관련 전문 인터넷 사이트인 유라시아넷에 기고한 글에서 “이란은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하고 바그다드가 혼란에 휩싸이는 상황을 원치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이란 핵 개발을 막기 위해 온갖 압력을 넣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 분석이다. 이라크는 이란과 무려 1100km의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이고 미국은 이란의 ‘적’이다. 국경 너머 이라크 주둔 미군의 존재가 이란에는 위협일 수밖에 없다.

또 중동의 맹주 자리를 놓고 오랫동안 대립해 온 라이벌 이라크와는 1980년대 8년 동안 전쟁까지 치른 사이. 이런 이라크가 내부 분열로 약화되는 것이 나쁠 리 없다.

공식적으로도 이란 정부는 “환영받지 못한 손님(미군)은 이 지역에서 조속히 철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하지만 이라크에서 미군이 갑작스레 철수한 후 종파 간 분쟁이 격화돼 내전 상황으로까지 치달으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란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 난민뿐만 아니라 다양한 무장 세력이 국경을 넘어 이란 영내로 넘어오는 사태가 예상된다.

더욱이 이슬람 시아파의 종주국인 이란으로서는 이라크에 최초로 수립된 현 시아파 정권이 자칫 붕괴라도 하면 큰 정치적 지렛대를 잃어버리게 된다. 이란으로서는 미국과 협력해서라도 이라크의 안정을 지켜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점을 미국과 동맹국인 영국이 모를 리 없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13일 시리아와 이란을 포용하는 중동정책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해관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편 지난주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알제리, 모로코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핵 프로그램을 시작하겠다고 신고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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