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영향 미칠 美 새 의회 지도부

  • 입력 2006년 11월 10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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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이 상하원을 지배하는 여소야대가 형성되면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외교·국방정책을 향한 의회의 행정부 견제가 현실로 다가왔다. 특히 한반도 정책에 직간접의 영향력을 미치는 민주당 주도 의회 지도부의 면면을 짚어 본다.》

▼상원▼

군사위원장 레빈 - 바이든과 대북 조정관 신설 주도

통상적으로 미 상원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위원회는 세입세출위원회로, 민주당 최고령인 로버트 버드(89) 상원의원이 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상원이 주관하는 모든 예산 책정 및 배분을 맡는 이 자리는 국내 정치에 영향력이 매우 크지만 버드 의원은 건강이 좋지 않아 활동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관련 정책을 다루는 외교위원회는 그동안 민주당 간사를 맡았던 조지프 바이든(64) 의원, 군사위원회는 칼 레빈(72) 의원이 자동으로 위원장을 맡게 된다. 한국 국회의 상임위원장과 달리 미국 상임위원장은 모두(冒頭) 발언, 청문회 증인에게 던지는 대표 질문, 의사 진행을 통해 ‘실질적 1인자’ 구실을 한다.

바이든 의원은 만 30세에 델라웨어 주 상원의원에 오른 뒤 34년간 6선의 자리를 지켰다. 변호사 출신으로 법과대학 교수도 지냈지만 미 의회 안에서 누구보다 외교 전문가로 명성을 얻고 있다. 1988년 대통령 출마를 선언했다가 표절 시비가 불거지면서 중도 하차했다.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군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측근이자 정치적 동지로 상원 외교위의 민주당 몫 아시아담당 전문위원인 프랭크 자누지 씨를 보면 ‘바이든 팀’의 영향력을 알 수 있다. 자누지 씨는 현재 일본에서 연수 중이지만 2008년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이 집권하면 ‘상위 순번’의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로 거론될 만큼 민주당 내 외교안보 실무 핵심인력.

바이든 의원은 북한 핵 문제에는 줄곧 ‘북-미 직접대화’를 주문해 왔다. 그러나 북한 인권 문제에는 비판적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바이든 의원과 함께 민주당을 대표해 상원의 외교안보정책을 주도할 인물은 군사위원장으로 취임할 미시간 주 5선인 칼 레빈 상원의원. ‘코끝에 걸친 안경’으로 강한 인상을 풍기며 민주당 군사위원회 간사를 맡아 왔다. 민주당 하원 세입세출위 산하 무역소위원회 위원장이 될 것으로 보이는 샌더 레빈 의원이 친형.

칼 레빈 의원은 군사위 청문회 때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상대로 북한 핵 및 미사일 개발 능력은 물론 대북 군사공격 가능성을 꼼꼼히 따졌다. 다만 부시 행정부가 추진해 온 미사일방어(MD)체제의 기술적 완결성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바이든 의원과 레빈 의원은 올해 7월 통과된 국방수권법에 ‘북한 핵 문제를 책임지고 다룰 고위급 조정관(coordinator)을 임명하라’는 조항의 삽입을 공동 주도했다. 고위급 대북조정관은 조만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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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

군사위원장 스켈턴 - 북한핵 협상파… 안보정책 핵심

세입세출위원장 랭겔 - 실용주의자로 한미 FTA 다뤄

하원에서 특히 주목되는 상임위는 세입세출위, 국제관계위, 군사위 등이다.

세금을 책정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무역 현안을 다룰 세입세출위의 찰스 랭겔(뉴욕·19선) 의원은 리버럴이면서도 철저한 실용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뉴욕 맨해튼의 빈민가 출신으로 흑인과 히스패닉에 동정적이며 중산층 감세에도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FTA는 이 상임위 산하 무역소위를 먼저 통과해야 하는데 무역소위 위원장은 미시간 주 샌더 레빈 의원이 유력시된다. 샌더 레빈 의원은 한미 FTA의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인물이다.

국제관계위원장으로 유력한 톰 랜터스(캘리포니아·14선) 의원은 나치 수용소 생존자 출신답게 국제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으며 강력한 이스라엘 지지자다. 그는 8일 AP통신과의 회견에서 “북한과 이란, 시리아를 포함해 우리와 불화를 빚고 있는 모든 나라와 적극적인 대화를 추진할 것이며 다시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의 외교정책은 카약(kayak·양날 노로 젓는 작은 배)이 아닌 전함과 같다. 민주 공화 양당은 기본적으로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군사위원장으로 유력시되는 민주당의 아이크 스켈턴(미주리·16선) 의원은 군사위에서 20년 넘게 일해 온 민주당 내 안보정책 수립의 핵심 인물이다. 총기 소유 찬성, 낙태 반대, 사형제 찬성 등 공화당 성향이 강하며 국방비 증액을 찬성해 왔다.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을 비판하지만 군은 옹호하는 비판적 지지자다. 안보 문제에 약하다는 민주당의 이미지를 상쇄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히며 대북 직접 협상파로 분류된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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