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환보유액 세계 최초 1조 달러 돌파

  • 입력 2006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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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세계 최초로 외환보유액 1조 달러라는 큰 관문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7876억 달러를 훨씬 넘는 수치로, 도약하는 중국의 경제력을 한눈에 보여 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이를 ‘팍스 시니카(Pax Sinica·중국이 주도권을 갖는 평화)의 전주곡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기쁨보다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빌미로 미국이나 유럽의 위안화 절상 또는 무역역조 해소 압박이 더욱 거세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28년 새 6000배=중국 정부는 6일 오후까지 외환보유액이 1조 달러를 초과했는지 공식 발표는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하순경 이미 1조 달러를 넘은 것이 확실해 보인다. 올해 9월 말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1조 달러에서 120억여 달러 모자란 9879억2800만 달러였다.

중국 해관총서(海關總署·세관) 관계자는 “10월 무역흑자가 100억 달러를 넘었고 외국인 직접투자액(FDI)도 40억 달러에 육박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1978년 말 외환보유액은 겨우 1억6700만 달러였다. 28년 새 6000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학자들은 이런 추세라면 2010년엔 2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기쁨보다 걱정이=외환보유액 1조 달러 돌파는 긍정적인 면이 적지 않다. 먼저 중국 경제의 신용도가 올라가면서 국제금융비용이 떨어진다. 또 막대한 외환보유액은 중국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데 좋은 자산이 된다.

그러나 중국은 우려를 더 많이 쏟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평소 미국과 유럽의 위안화 평가절상과 무역역조 해소 압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한다.

중국 외환당국은 지난해 7월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2%가량 떨어뜨린 데 이어 최근까지 환율이 2.83% 더 내려갔지만 미국과 유럽은 더 빠른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있다. 1500억 달러로 예상되는 올해 무역흑자는 무역마찰을 심화시킬 게 뻔하다.

▽적정 규모 및 사용처 논란=1조 달러의 외환보유액은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도 많다.

중국 런민(人民)대 재정금융학원 자오시쥔(趙錫軍) 교수는 “국제표준에 따르면 적정 규모는 3500억 달러 수준”이라고 말했다. 베이징(北京)대 중국경제연구센터 자오샤오(趙曉) 연구원도 4000억∼5000억 달러를 적정 수준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중국사회과학원 재정과무역경제연구소 페이창훙(裴長洪) 소장은 “중국의 특수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학자들의 또 다른 고민은 외환의 사용처에 관한 문제다.

중국의 외환은 70%가 달러화, 20%는 유로화, 나머지는 한국 원화 및 일본 엔화 위주로 구성돼 있다. 학자들은 지나친 달러화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환을 어디에 쓸 것인지는 의견이 갈린다. 기업의 해외투자를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전략물자 비축, 금융기구의 개혁, 국유기업의 기술 향상과 사회보장, 해외인재 유치에 써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문제는 중국이 어떤 정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국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는 점이다.

1조 달러의 3%만 써도 중국이 90일간 쓸 수 있는 4억 배럴의 원유를 비축할 수 있다. 5%를 활용해 금을 비축하기로 결정하면 연간 세계생산량을 모두 사들일 수 있다. 그만큼 중국 경제는 이제 세계경제를 뒤흔드는 강자로 떠오른 셈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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