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미군 혼란 7년전 이미 예측”

  • 입력 2006년 11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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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군이 이라크에서 겪고 있는 혼란 상황은 이라크전쟁 개시 4년 전 실시한 워 게임(war game·가상 모의전쟁)에서 이미 충분히 예측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군 중부군사령부는 1999년 ‘데저트 크로싱(Desert Crossing)’이라는 작전명 아래 관련 기관 합동으로 이라크 점령과 그 이후 작전에 관한 워 게임을 실시했다. 여기엔 국방부와 국무부, 중앙정보국(CIA)의 전문가 70여 명이 참여했다.

그 결과 이라크 점령 이후 필요한 지상군 규모가 40만 명으로 설정됐으며 40만 병력의 주둔에도 불구하고 많은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2003년 전쟁 개시 이후 이라크 주둔 미군은 올 1월 최고 16만 명이었다가 감소해 현재 14만4000여 명 수준이다.

정보공개법에 따라 비밀 해제된 워 게임 문서를 확보한 미국 조지워싱턴대 부설 국가안보기록보관소는 “이라크에서의 실패는 충분한 병력을 배치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워 게임 결과 40만 명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워 게임 문서는 이라크 점령 직후 기존 이라크군과 협력할 것을 제안했으나 폴 브레머 이라크 최고행정관은 이라크군을 해체해 버렸다. 또 점령 직후 주요 기간시설의 긴급 복구를 제안했으나 여전히 복구는 안 되고 있는 형편이다.

워 게임에서 나온 우려스러운 전망은 미군이 겪고 있는 상황과 너무 흡사하다. 워 게임 문서는 우선 ‘정권을 교체한다고 해서 사회 안전이 보장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종교적, 인종적 분열과 경쟁세력 간 정권투쟁이 이라크의 안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경고였다.

나아가 워 게임 문서는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도 미국이 최소한 10년 동안 이라크에 개입해야 할 것으로 관측했다. 부시 행정부의 오판은 결국 공화당의 중간선거 참패로 귀결될 전망이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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