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정적 쩡칭훙을 당대회 ‘새판 짜기’ 지휘자로 임명

  • 입력 2006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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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胡錦濤)의 이이제이(以夷制夷)?’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공산당 총서기)이 내년 가을 열리는 제17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의 조직 및 준비 총책임자로 쩡칭훙(曾慶紅) 국가부주석을 임명했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1일 보도했다.

17기 당 전국대표대회는 후 주석 집권 2기(2007∼2012년)를 대비한 중국 지도부의 ‘새판 짜기’가 이뤄지는 중요한 대회다. 5년마다 열리는 중국의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는 매회 당 지도부의 새로운 이념과 비전이 제시되고 당의 진로가 결정돼 왔다.

1987년 열린 13기 당 대회에서는 ‘사회주의 초급단계론’이 확정됐다. 1997년 15기에서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론’이, 2002년 16기에서는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3개 대표론’이 제시됐다.

1년 남짓 앞으로 다가온 내년 당 대회에서는 후 주석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조화사회론’의 기치를 높이 들고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부터 당 지도부를 물갈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 전 주석을 추종해 온 ‘상하이방(上海幇)’이 대거 축출될 것이라는게 국내외의 일치된 관측이다.

쩡 부주석은 상하이에서 갓 올라와 정치적 입지가 확고하지 못했던 장 전 주석이 최고 권력을 장악할 수 있도록 온갖 계략을 부려 양탄자를 깔아 줬던 인물. 장 전 주석에게는 ‘제1의 책사’였다.

결국 후 주석으로서는 집권 2기의 방향을 제시하는 대회의 총설계사에 과거 상하이방의 최고 핵심인물을 앉혀 ‘이이제이’를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후 주석이 이처럼 정적이자 라이벌인 쩡 부주석을 임명한 것은 권력 장악의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후 주석과 쩡 부주석 간에 어느 정도 권력 배분의 타협이 이뤄졌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쩡 부주석은 지난해 상하이방에서 이탈해 중립을 선언하면서 후 주석 쪽으로 기울었다. 후 주석의 쩡 부주석에 대한 최근의 신임 표시는 두 사람의 관계가 이미 두터워졌음을 뜻한다.

조직의 대가로 통하는 쩡 부주석은 상황 판단이 빠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후 주석이 새로운 권력자로 부상하자 권력을 내놓지 않으려고 미적거리던 ‘주군(主君)’ 장 주석에게 2004년 9월 당 중앙군사위 주석 직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를’ 정도였다. 그동안 그는 상하이방의 인맥을 위탁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후 주석 등장 이후에는 장 전 주석과 거리를 두면서 태자당(太子黨) 인맥을 이끄는 독자적 실세로 떠올랐다.

지난달 후 주석이 상하이방의 핵심 인물인 천량위(陳良宇) 전 상하이 당서기를 축출할 때도 쩡 부주석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후 주석은 쩡 부주석이 내년 당 대회 준비 과정에서 당 정치국 인선 권한을 혼자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 공산당 제16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6기 6중 전회)는 이날 후 주석의 ‘조화(和諧·허셰)사회론’을 지도이념으로 정식 채택하면서 나흘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폐막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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