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스톤 "한국이 저에겐 제 2의 고향이죠"

  • 입력 2006년 9월 15일 15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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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과 결혼해 딸도 반은 한국인이니 한국이 저에겐 제 2의 고향이죠. 마침 오늘이 60번째 생일이에요. 미국보다 한국이 나이 든 사람들을 존경하니까 여기서 60회 생일을 맞는 게 더 좋습니다. 하하."

'플래툰(1986)' '7월 4일생(1989)' 'JFK(1991)' '닉슨(1995)' 등 수많은 화제작을 연출한 올리버 스톤 감독을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만났다. 그의 신작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다음달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9·11 테러를 소재로 했다. 사건 당시 인명 구조를 위해 현장에 출동한 경찰 존 맥라글린(니콜라스 케이지)과 윌 히메노(마이클 페냐)가 건물이 무너져 내리며 그 안에 갇히게 되고 결국 살아남는 얘기. 실존인물의 이야기로 이름까지 그들과 똑같다.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감독으로 알려진 그의 전작들과는 달리 보통 사람들의 얘기를 담은 휴먼 스토리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영화에서 정치색이 사라졌다고 그러는데 사실 전작의 주인공들도 역경을 극복한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이 영화에선 물론 정치적 대화는 없고 주인공은 평범한 소시민이죠. 제가 'JFK'를 만든 것도 사건 발생 30년이 지난 뒤였습니다. 9·11에 대한 정치적 접근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해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영화는 가족애 인류애를 강조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주인공들은 극한의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남으며 자신이 살 수 있었던 힘은 '가족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바로 이런 점에서 "전 세계인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제가 그런 상황에 처하면요? 정말 모르겠어요. 베트남 전에도 참여하고 많은 경험을 했지만 그런 상황은 어떻게 극복할지."

미국 정부가 테러 위험을 알고 있었다는 9·11 음모론이 퍼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음모론을 믿지 않지만 미국 정부가 자신들의 아젠다를 밀기 위해 9·11을 이용하기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과 함께 한국을 비공식적으로 자주 방문하며 한국 영화도 좋아한다. "한국 영화는 솔직 담백해서 좋아요. 가식이 없고." 그는 임상수 감독의 '그 때 그 사람들'은 암살 사건을 다루면서도 유머 감각이 뛰어났고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이영애가 연기를 잘 했다고 칭찬했다. 또 '무사' '쉬리' 등 한국 영화 제목을 줄줄이 말하면서 한국에서도 흥행하지 못한 '그녀를 모르면 간첩'을 보고 많이 웃었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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