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국자본 경계령’

  • 입력 2006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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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팽창하는 이웃을 주의하지 않으면 러시아가 중국의 동생 구실을 하게 된다.’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를 휩쓸다시피 수입하고 있는 중국이 러시아 주요 도시에 차이나타운 건설 계획까지 내놓으면서 러시아에서 대(對)중국 경계령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와 중국의 경제 협력이 급팽창한 데는 양국 간 밀월 관계가 큰 몫을 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7월 10일자에서 두 나라의 관계를 ‘동침만 하지 않은 부부’에 비유하기도 했다.

실제로 올해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뒤 양국의 공동 프로젝트가 쏟아져 나왔다. 러시아는 같은 달 대용량의 가스를 중국으로 수출하기 위해 중국 기업이 참여하는 가스관 건설 사업을 승인했다.

그 후 중국 기업들은 러시아 석유 회사의 지분을 취득하거나 동시베리아에서 태평양 연안을 잇는 석유관 사업에 참여 의사를 밝히며 본격적인 러시아 본토 공략에 나섰다.

중국은 올해 4월 우랄산맥 동쪽 시베리아 삼림지대 100만 ha를 최소 25년간 조차하면서 목재 가공공장을 짓기 위한 토지와 자재 공급을 러시아에 요청했다. 러시아 내부에서 “시베리아는 중국인이 집단 거주하는 점령지가 되고, 러시아 노동력도 배제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

최근 러시아의 심장 도시인 모스크바와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차이나 타운 건설 계획이 나오자 대중국 경계령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중국 투자가들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심가에 세워지는 주상복합건물에 15억 달러(약 1조5000억 원)를 투자하기로 6월 결정했다. 러시아 일간지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는 “중국 공산품은 수입 러시를 이루지만 러시아 금속과 화학제품은 대중국 수출 물량이 크게 줄었다”며 “양국의 성장 격차를 감안할 때 러시아가 중국에 종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급팽창에 대한 우려가 견제 조치로 이어지기도 한다. 러시아 정부는 국영 석유기업인 로스네프티의 주식 처분에 중국 기업의 참여를 제한했다. 중국자동차기업인 창청(長城)기차는 러시아 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해 7000만 달러 투자 계획을 보류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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