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 빼고… 게이츠 넣고…중국 中高 역사교과서 개정

  • 입력 2006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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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는 지고, 게이츠는 뜨고.’

중국의 중고교에서 사용되는 새 표준 역사교과서에 국가이념인 마르크스주의와 국부(國父)인 마오쩌둥(毛澤東)에 관한 소개가 크게 줄어들었다. 대신 정보기술(IT)혁명의 주역인 빌 게이츠와 일본의 고속철도 신칸센이 새로 자리를 차지했다.

중국 교육 당국의 검정을 통과한 이 교과서는 계급투쟁과 사회주의혁명 대신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글로벌화(化)’를 중심으로 하는 시대 변화에 발맞춰 중국의 교육이념과 방향이 달라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단면인 셈이다.

올해 가을 상하이(上海)와 칭다오(靑島) 등 일부 지역 중고교에서 실험적으로 채택되는 이 교과서는 2010년엔 전국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중궈칭녠(中國靑年)보와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등이 최근 보도했다.

새 역사교과서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개혁개방 이전의 사회주의 사회 소개를 크게 줄인 점. 사회주의는 여전히 ‘영광스러운 미래’를 이끌 이념으로 소개됐지만 52개 단원 중 단 하나의 단원으로 축소됐고 개혁개방 이전의 사회주의 사회는 단 한 문장으로 압축됐다.

사회주의 중국의 주춧돌을 놓은 마오는 예우 차원에선지 단 한 차례 언급됐을 뿐이고 예전에 자세히 소개되던 대장정이나 난징(南京)대학살도 크게 압축됐다. 특히 1950년대 이래 역사교과서의 주요 부분을 차지했던 마르크시즘은 아예 교과서에서 퇴출되다시피 했다. 사회주의혁명 역시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에 밀려 눈에 띄게 강조점이 약해졌다.

대신 JP모건, 빌 게이츠, 뉴욕 증시, 미국 우주왕복선, 일본의 신칸센이 새롭게 등장했다.

이 밖에 진시황과 분서갱유를 포함한 고대사도 크게 줄어든 반면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3개 대표론’과 후진타오(胡錦濤) 현 국가주석의 조화사회론은 강조됐다.

교과서의 개정 방향과 내용에 대해 역사학자들은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학자들은 교과서 개정 방향이 폭력적이거나 극단적인 관점은 대폭 줄이고 경제 및 정치적 변화 추세에 맞춰 안정과 발전을 추구하는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평가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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