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면역요법으로 흑색종 환자 2명 완치

  • 입력 2006년 9월 1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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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암연구소(NCI)가 말기 피부암 환자 2명을 유전자 요법으로 치료하는 임상시험에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유전자 조작 치료를 통한 암 정복에 새로운 길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1일 외신들은 NCI의 스티븐 로젠버그 박사 연구팀이 흑색종(멜라노마) 환자 17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요법을 실시한 결과 이중 2명이 완치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 연구결과는 이날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에 공개됐다.

흑색종은 멜라닌 세포가 존재하는 부위에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악성 피부암. 연구팀은 흑색종 환자에게서 유전적 결함 때문에 암을 인식하지 못하는 면역세포(T세포)를 떼어낸 뒤 실험실에서 T세포 수용체와 결합시켰다. 즉 면역세포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T세포 수용체를 '무능한' 결함 세포에 주입한 것. 이렇게 하면 결함 세포는 다시 암을 인식해 공격할 수 있는 정상 T세포로 바뀐다.

유전자가 바뀐 T세포는 다시 환자들에 이식됐다. 18개월 정도 치료한 결과 말기 단계였던 52세의 한 남성 환자는 왼쪽 팔 피부에서 겨드랑이로 번졌던 종양이 사라졌고, 간에 있던 또 다른 종양은 89%까지 사라져 수술로 제거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가 됐다. 종양이 폐로 퍼진 30세의 남성 환자는 현재 완치 상태다.

15명의 다른 환자들도 유전자를 바꿔 주입한 T세포가 9~56% 남아 있었고 무엇보다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

미국 암협회의 렌 리텐펠드 박사는 "이 수준에 도달한 유전자 암 치료요법은 아직까지 없었다"며 "이런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의미 있는 첫 증거"라고 평가했다.

유전자 조작 치료법이 아직 완벽한 것은 아니다. 치료를 받은 흑색종 환자 17명 중 2명만이 효과를 봤고 앞으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

이에 대해 로젠버그 박사는 "이번 결과는 임상시험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곧바로 다른 환자들에게 시술할 수준은 아니다"며 "다른 15명의 환자들에게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방암이나 대장암, 폐암 등 다른 암을 대상으로 한 실험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 치료법의 선구자인 로젠버그 박사는 암 연구에 유전자 치료를 접목하는 연구를 해왔다. 1985년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결장암 수술을 집도한 것으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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