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거부한 이스라엘…진땀빼는 미국

  • 입력 2006년 7월 30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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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수 75만 명. 사망자 수 438명(대부분 민간인). 구호에 필요한 긴급자금 1억 달러(약 950억원).

30일로 공급 19일째를 맞는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무력충돌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양측의 태도는 오히려 더 강경해졌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9일 유엔이 노약자 및 부상자를 이송하기 위해 양측에 촉구한 72시간의 휴전 제의를 거부했다. 레바논 정부의 평화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협상은 없다"며 강경입장을 고수하던 헤즈볼라가 6시간동안 진행된 레바논 내각회의 끝에 28일 서명한 평화안이었지만 이스라엘은 '진실성이 약하다'며 이를 단칼에 내쳤다.

헤즈볼라가 무장해제 언급은 피하고, 납치된 이스라엘 군인 2명의 석방도 이스라엘에 잡힌 레바논인과 교환하는 조건으로 내놨다는 것. 평화유지군 수용 문제 역시 이미 레바논 남부에 주둔한 비무장 평화유지군을 받아들이겠다는 식으로 겉포장만 그럴 듯하다는 주장이다.

이스라엘 측은 주말에도 잇따라 레바논 남부를 공습했다. 레바논 남부의 마을 빈트 즈바일에서 철수한 것에 대해서는 "공격을 중단한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못박았다.

헤즈볼라는 28일과 29일 200발에 가까운 로켓을 발사하며 반격에 나섰다. 공습이 시작된 이후 은신해온 헤즈볼라의 지도자 셰이크 하산 나스랄라도 TV 방송에 다시 등장해 "이스라엘의 중심부 공격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푸아드 시니오라 레바논 총리는 29일 알자지라 인터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점령한 레바논 국경지역 쉬바 팜스를 돌려주지 않는 한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를 강제할 수 없다"고 밝혀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29일 이스라엘에서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를 만나 정전을 위한 해법을 논의했다. 국경지대에 1만5000~2만 명 규모의 평화유지군을 배치하는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스 장관은 지난주 아세아 국가안보포럼(ARF) 참석에 앞서 중동에서 양국 정상을 만났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사니오라 총리로부터 "이스라엘인의 눈물 한방울이 레바논인의 피 한방울보다 갚진가"라는 항의만 받았을 뿐이다.

부시 대통령은 미 워싱턴에서 토니 블레어 총리를 만나 중재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은 8월2일경 유엔에서 분쟁 종식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에 암묵적으로 허락한 레바논 공격 시한도 당초보다 줄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 자국에 우호적이던 아랍권 국가들마저 등을 돌리면서 궁지에 몰린 상태. 미국에 동조하며 헤즈볼라의 무력사용을 비판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요르단마저 입장을 바꿨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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