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 레바논 전면전 조짐

  • 입력 2006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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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병사 피랍으로 촉발된 이스라엘 군의 보복 공격이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레바논 내 헤즈볼라도 이에 맞서 로켓포를 쏘며 대응 공격에 나서 양측의 사상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중재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 레바논 공격 집중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의 목적이 이슬람 과격 무장조직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공격 능력을 없애는 데 있다고 밝혔다. 전선을 ‘대(對)팔레스타인’과 ‘대레바논’으로 확대한 이스라엘은 12일부터 레바논 공격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은 13일에 이어 14일에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국제공항을 공습했다. 레바논의 양대 발전소 중 하나인 지예 발전소 연료저장시설도 공습해 베이루트 대부분 지역의 전력이 끊겼다. 해상 봉쇄와 함께 시리아와 연결된 도로와 다리들도 폭격당해 레바논은 외부와 점점 고립되고 있다.

헤즈볼라는 14일 하루에만 최소 60여 발의 로켓 포탄을 이스라엘 12개 이상 지점에 발사해 시민 30여 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은 2일간 헤즈볼라가 200여 발의 로켓 포탄을 쏘았다고 밝혔다.

레바논 국경지역에 거주하는 약 22만 명의 이스라엘 주민은 현재 대피호에서 생활하고 있다. 14일 오전까지 이스라엘은 군인 8명과 시민 2명이 숨지고 56명이 부상했고, 레바논은 시민 62명이 숨지고 170여 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레바논 주재 한국대사관은 이날 교민들의 피해는 없다고 발표했다.

레바논 정치권은 13일 이스라엘에 제기한 휴전 요구가 거부당하자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푸아드 알시니오라 총리와 정보통신부 장관 등 일부 각료, 주요 신문들은 헤즈볼라와 그 배후에 있는 시리아를 지목하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친시리아계인 에밀 라후드 대통령은 반이스라엘 무장투쟁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은 14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심부에서 지상군을 철수시켰지만 일방적인 포격은 계속하고 있다.

○ 국제사회 개입 움직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13일 사절단을 중동지역에 파견해 중재활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4일 이사국들을 긴급 소집해 레바논 사태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각국의 견해차로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엔 안보리는 전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무력침공 중단을 촉구하는 안보리 결의안을 채택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미국이 반대표를 던지며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이 행사된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자위권’이 있다고 두둔하는 입장인 반면 프랑스와 이탈리아, 러시아 등은 이스라엘의 침공을 ‘부적절한 침략행위’로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14일 헤즈볼라가 자국 병사 2명을 석방하고 이스라엘을 향한 로켓 공격을 중단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안대로 무장해제를 해야 한다는 휴전조건을 내걸었다. 헤즈볼라가 백기 투항할 때까지 공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

아랍 국가들은 16일 외교장관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14일 이스라엘이 시리아를 공격하면 이슬람 국가들과 단합해 ‘강력한 보복’을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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