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반군, 사원에 숨었다면? 성직자 찾아 수색 요청하라!

  • 입력 2006년 7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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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미군과 대치하던 이라크 반군이 이슬람 사원으로 피신했다. 미군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①사원 정문을 박차고 들어가 반군을 색출한다.

②사원 정문을 노크해 성직자를 찾은 후 수색 요청을 한다.

과거 같았으면 미군은 주저 없이 ①의 요령에 따라 움직였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미군은 ②를 택하도록 훈련받고 있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주둔국 주민과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미군 지도부는 현지에 대한 문화적·종교적 이해를 강조하는 군사계획 수립에 관심을 쏟고 있다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가 5일 보도했다.

올해 초 조지 케이시 이라크 주둔 미군 총사령관은 바그다드에 ‘반군대응 아카데미(CA)’를 설립했다.

이라크에 도착하는 미군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이곳에서 병사들은 ‘싸움의 기술’이 아니라 ‘문화적 이해’에 대해 공부한다. 학교 병원 시장 사원 등 가상 상황에서 주둔국 주민의 문화적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작전을 수행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카타르 주둔 중부사령부의 문화교육 프로그램은 가장 기간이 길고 철저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프로그램은 3주 코스로 이 기간에 미군은 요르단 현지인에게 아랍 문화를 배우는 것은 물론 거주지역에 대한 공격을 단행할 때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도 훈련받는다. 교육 내용에는 이슬람 성직자와 함께 식사할 때 지켜야 하는 예절도 포함돼 있다.

미군 지도부는 특히 현장에서 작전 명령을 내려야 하는 상급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버지니아 주 쿠안티코에 있는 해병대사령부는 지난해 ‘상급작전 문화학습 센터(CAOCL)’를 개설해 이라크에 파견되는 중위와 소위 등 장교들에게 문화적으로 민감한 상황에서 작전활동을 수행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육군도 애리조나 주 후아추카 주둔지에서 비슷한 성격의 문화교육 훈련소를 운영한다.

이 같은 교육 프로그램은 1990년대에 코소보, 아이티 주둔 미군을 대상으로 처음 시작됐지만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쟁 이후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데이비드 시걸 군조직연구센터 회장은 “미군 지도부가 문화교육 프로그램 설치를 좀 더 서둘렀다면 포로 학대, 살해, 성폭행 등 문화적 무지와 몰이해가 빚어낸 미군 범죄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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