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印 ‘히말라야 육로’ 복원…양국 전쟁이후 44년만에

  • 입력 2006년 6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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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중국과 인도를 직접 잇는 유일한 육상 통로가 이달 말 열린다.

중국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 장쯔(江孜)와 인도 시킴 주의 강토크를 잇는 해발 4420m의 나술라 령(嶺)이 1962년 중국-인도 간 전쟁으로 폐쇄된 지 44년 만에 다시 개방되는 것. 그동안 이 고개는 양쪽에 흩어져 사는 티베트 유목민들이 편지 교환을 위해 1주일에 한 번 만나는 데 이용됐을 뿐이다.

1904년 영국 원정대가 티베트 침공을 위해 사용하기도 했던 이 고개는 나귀나 넘을 정도의 작은 길밖에 나 있지 않지만 그 의미는 양국 외교 관계의 해빙을 상징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중국은 이제 시킴 주를 1975년 인도에 부당하게 병합된 히말라야 왕국으로 보지 않고, 인도는 그 대가로 티베트 문제에 대한 반(反)중국적 입장을 완화하겠다는 의미다. 인도는 1959년부터 시작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다람살라 거주를 계속 용인하겠지만 대신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인정하고 자국 거주 티베트 망명자들의 반중국 활동을 금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제적으로 나술라 령의 개방은 현대판 실크로드의 시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친디아’로 불리며 세계 경제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지만 정작 두 나라의 직접적 교류는 4년 전 겨우 열린 베이징과 뉴델리 간 직항로뿐이었다. 그나마 인도나 중국 항공이 아닌 제3국 에티오피아 항공이 운항하는 정도였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나술라 령의 개방으로 중국 칭짱(靑藏)철로가 티베트 라싸에서 끝나지 않고 결국엔 인도 국경을 넘어 델리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교통로가 나면 이 지역에 매장된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 원유 석탄 등을 캐낼 수 있고 갠지스 강과 브라마푸트라 강의 수력발전도 가능해진다. 이로 인해 낙후된 중국 남서부 지역과 인도 북동부 지역까지 개발되면 두 나라의 경제력은 세계 전체의 57%를 차지했던 ‘1750년대 수준’을 거뜬히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1750년대는 중국 청조의 건륭제, 인도의 무굴제국 시대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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