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악재’에 美 도덕성 치명타

  • 입력 2006년 6월 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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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이라크 하디타 양민학살 의혹이 시사주간지 타임의 보도(3월)로 알려지면서 곳곳에서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여기에 6·25전쟁 당시의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까지 다시 부각되자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매우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지난달 29일 발생한 미군 트럭의 교통사고로 현지인 5명이 사망한 이후 유혈 반미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미군의 트럭 1대가 언덕길에서 미끄러지면서 일반 차량 12대를 들이받은 사고였고, 미군은 ‘기계결함’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2002년 한국을 뒤흔든 ‘미군 장갑차 여중생 치사사건’의 아프가니스탄판으로 번졌다. 결국 수도 카불에서 민간인 14명이 숨지는 사태로까지 치달았다.

워싱턴포스트는 30일 “시위는 미군이 민간인 시위대에 발포했다는 소문을 타고 더 격렬해졌다”고 보도했다. 미군은 “공포를 쐈을 뿐”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타임의 보도로 지난해 11월 이라크 하디타에서 벌어진 민간인 24명 학살 의혹이 불거진 탓인지 시위대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날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도 ‘하디타 사건’의 전모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백악관 측은 “부시 대통령은 3월 (시사주간 타임의)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고 답했다. 6월로 예상되는 조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공화당 행정부에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노근리 사건에 관한 편지 1통이 새로 공개됐다. 이번에 공개된 서한은 당시 존 무초 주한 미국대사가 국무부 본부에 보낸 것으로 ‘북쪽으로부터 미군 방어선에 접근하는 피란민에게 총격을 가할 수 있다’는 방침이 노근리 사건 하루 전날에 세워졌음을 보여 주고 있다.

물론 이 사건은 56년 전, 그것도 민주당 정부 시절의 사건이다. 하지만 ‘다름 아닌 미군에 의한 양민학살’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되고 있는 터라 부시 행정부는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구나 한국 정부까지 나서 이 서한의 존재 여부를 확인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이 편지에는 한미 양국의 공동조사 결과를 바꿀 만한 요인이 없다”며 재조사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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