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강진]“쓰나미 악몽 생생한데 또…” 통곡의 섬

  • 입력 2006년 5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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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다음에는 해일이 온대요. 무서워 죽겠어요.”

28일 오후 지진이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의 사르드지토 병원 앞에 마련된 천막촌.

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통곡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부상자들과 이재민 수백 명이 공포에 떨고 있었다. 여진으로 건물이 붕괴될 것을 우려해 거리에 나와 병원에 가까운 곳에 ‘터전’을 잡은 것이다. 구급차 부족으로 화물차, 버스에 실려 온 부상자들이 줄을 이었다.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무너진 집에 깔려 죽은 아내 옆에서 넋을 잃고 하늘만 바라보던 수바르조(70) 씨는 “전기도 통신도 끊겨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면서 “몸을 의지할 곳이라고는 엉성한 천막밖에 없다”며 탄식했다.

▽피해가 큰 이유=지진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의 진앙이 인구 밀집 지역에 가까웠기 때문에 피해가 컸다”고 분석했다. 진앙이 발리와 함께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인구 40여만 명의 욕야카르타에서 불과 25k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지역의 가옥이 대부분 오래된 까닭에 지진에 견디도록 지어진 것이 아니란 점도 피해를 키웠다. 그러나 이슬람교도들이 사원을 찾아 새벽예배를 드리는 시간에 지진이 발생해 오히려 피해가 적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외신들은 이번 지진에도 세계 최대 불교 유적 중 하나인 보로부두르 사원은 가까스로 화를 면할 수 있었으나 동남아 최대 힌두교 유적지인 프람바난 사원은 심하게 피해를 보았다고 28일 보도했다. 욕야카르타에 있는 250kW 용량의 카르티니 연구용 원자로는 안전한 상태라고 인도네시아 국가원자력청이 밝혔다.

▽교민 인명 피해 없어=자카르타의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함정한 영사는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지 유학생 1명이 허리에 가벼운 상처를 입은 것 말고는 관광객과 현지 교민 150명 가운데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함 영사는 “하지만 욕야카르타에서 목재 가공, 골프장갑 공장 등 사업체를 운영하는 교민 상당수가 지진으로 사업장이 붕괴되는 등 물적 피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애도와 지원 약속 잇따라=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교황 베네딕토 16세 등은 깊은 애도를 표시하며 구호 활동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또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와 국제단체의 지원 발표가 이어졌다.

미국이 250만 달러(약 24억 원), 유럽연합(EU)이 380만 달러를 지원한다는 방침이 발표됐다. 또 중국은 200만 달러와 구호팀을, 호주는 230만 달러, 캐나다는 180만 달러, 스위스는 10만 달러의 지원을 각각 약속했다.

지난해 리히터 규모 7.6의 강진으로 8만여 명이 숨졌던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도 위로 전문을 보내고 지원 의사를 밝혔다.

▽제2의 대재앙 우려=화산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의 영향으로 피해 지역에서 불과 30km 떨어진 므라피 화산이 폭발해 제2의 대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므라피 화산이 15일 검은색의 연기를 내뿜으며 산 아래 4km 지점까지 화산재를 날리자 폭발을 우려해 주민 2만2000명을 안전지대로 피신시킨 바 있다.

이 화산은 500여 곳의 인도네시아 화산 가운데 가장 강력한 활화산으로 1930년 폭발해 1370명의 목숨을 앗아간 바 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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