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경제, 시장이 끌고 정부는 민다

  • 입력 2006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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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특별행정구 홍콩은 일찍이 한국 싱가포르 대만과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龍)’으로 불렸다. ‘자유무역의 상징’이기도 하다.

155년 동안의 영국 식민지 시대를 청산하고 중국에 반환된 뒤 한동안 내리막길을 걷던 홍콩 경제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

2004년 이후 높은 경제성장률을 과시하며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 다시 일어서는 홍콩

1997년 7월 중국으로 반환된 후 홍콩 경제는 때마침 몰아닥친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맞물려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댔다. 1998년 경제성장률은 ―5.3%.

2000년 잠깐 숨을 돌리는가 싶더니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지면서 다시 위기를 맞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3년에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관광 수입이 급감하면서 경제 전체가 휘청거렸다.

‘아시아의 진주’는 이렇게 스러지는가 싶었다.

그러나 홍콩 경제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2004년과 지난해 각각 8.6%와 7.3%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부동산 시장과 소비가 되살아나고 실업률도 떨어지고 있다. 무엇이 홍콩 경제를 다시 살렸을까.

○ 하나의 경제원칙

홍콩 인구는 694만 명이다. 면적도 1104km²로 서울(약 605km²)의 2배가 채 안 된다. 영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등 도시 자체가 영속성과 거리가 멀다. 제조업이나 부존자원도 별 게 없다.

이런 갖가지 약점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무역과 금융도시로 성장한 것은 한 가지 깨지지 않는 경제원칙 덕분이다.

바로 ‘시장은 이끌고 정부는 밀어준다(Market leads, government facilitates)’는 원칙이다. 홍콩 정부 관계자들은 해외 기업인이나 언론을 만날 때 가장 먼저 이 원칙을 내세운다.

홍콩 정부 경제분석부의 어우시타이(歐錫態)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2일 한국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홍콩 정부의 모토는 단순하다. 오직 어떻게 하면 글로벌 중심이 될 수 있느냐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원칙 덕분에 경제위기가 닥쳐도 해외기업의 노크가 이어지고 투자도 끊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HSBC 마이클 스미스 아시아태평양 대표 겸 최고경영자(CEO)는 “홍콩이야말로 외국 기업이 가장 투자하기 쉬운 곳”이라며 “(정부 정책이) ‘명확하다(straightforward)’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 중국을 등에 업고

홍콩무역발전국의 허다취안(何達權) 씨는 “홍콩의 잠재력은 중국 경제성장의 반사효과를 볼 수 있다는 데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03년 6월 29일 중국과 홍콩 간에 ‘경제동반자관계 강화협정(CEPA)’이 체결되면서 홍콩이 글로벌 비즈니스의 중심으로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홍콩에 기반을 둔 기업은 수백 가지 상품을 무관세로 중국에 수출할 수 있다. 또 은행 보험 법률회사 같은 서비스기업도 자유롭게 중국으로 진출할 수 있다.

중국 시장이 세계 최대 시장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이 홍콩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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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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