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의 청신호’ 독일경제 재도약 기로에

  • 입력 2006년 5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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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회원국 인구의 17%, 국내총생산(GDP)의 22%를 차지하는 ‘유럽의 최대 주주’ 독일. 이 거인이 깊은 잠에서 깨기 시작했다. 1990년 통일 이후 독일의 경제성장 정체와 높은 실업률은 유럽 경제 전체의 활력을 깎아내려 왔지만, 지난해 11월 앙겔라 메르켈(기독민주연합) 총리 취임 이후 대부분의 경제지표에 파란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재정 적자나 세금 인상 등 경기 상승에 위협 요인은 여전하다. 독일은 과연 새로운 ‘라인 강의 기적’ 만들기에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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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 내수 투자…“침체 늪 동반 탈출”

“부동산 구입? 바로 지금이 적기다!”

시사주간지 ‘포쿠스’는 4월 29일자 커버스토리로 부동산 시장의 활황을 예고했다. 불황 탈출을 알리는 신호로 이보다 적당한 말이 있을까. 포쿠스는 이자가 낮고 부동산 가격이 저평가돼 있으며 경기 활황이 예고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해와는 확연히 달라요. 봄 숙녀복 매출이 어림잡아 30% 이상 늘어난 것 같은데요.” 프랑크푸르트 시내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점원 마누엘라 호프(30) 씨의 말이다.

경기 상승의 지표는 곳곳에서 엿보인다. 최근 독일 내 6개 민간경제연구소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1.8%에 이를 것이라고 예고했다. 2000년 이후 6년 만의 최고 성장률.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최근 12개 주요 기업의 1분기 배당률을 전했다. 도이체텔레콤과 티센크루프사를 제외한 10개 사가 지난해보다 푸짐한 이익을 분배했다.

숫자보다 고무적인 것은 성장의 내용이다. 수출, 내수, 투자 등 경기를 떠받치는 ‘세 기둥’이 모두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까지 분기당 400억 유로 선에서 맴돌던 설비투자는 올해 안에 분기당 500억 유로 이상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알리안츠 드레스덴 은행의 미하엘 하세 분석실장은 “올해 실업률 감소가 두드러져 가계소비를 비롯한 각종 지표가 건실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업률은 지난해 말 11.7%에서 올해 10.6%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 재정 적자… 증세… 고용 경직… “갈 길 험난”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집권 대연정이 2007년부터 적용하기로 한 세금 인상안이 경기 상승 기류에 큰 역풍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페어 슈타인브뤼크(사회민주당) 재무장관은 최근 “독일 집권 대연정 내의 합의로 2007년부터 부가가치 세율을 기존 16%에서 19%로 인상하는 등 각종 세율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자유민주당 등 야당은 “대연정이 ‘증세 연정’이었다”고 비난을 쏟아 냈다.

경기에 부담을 줄 것이 불 보듯 뻔한데도 세금을 인상하는 것은 쌓여 가는 빚더미 때문. EU는 각국의 재정 적자 총액이 국민총생산(GNP)의 70.1%를 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독일은 2005년 재정 적자가 국민총생산의 67.7%로 이미 적신호다.

불가피하다고 해도 세금 인상은 내수와 투자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뒤셀도르프대 법학부 교수인 세금 전문가 요하나 헤이 씨는 “내년부터 세금이 대폭 인상되면 기업 투자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결국 실업률이 다시 증가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세안이 발표된 뒤 독일 상공회의소는 기다렸다는 듯 “독일 기업의 41%가 독일을 떠나 해외에 투자할 의향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독일 내 투자를 기피하는 이유로는 높은 인건비가 86%, 고용 및 임금 경직성 53%, 높은 세금 45%, 공무원들의 관료주의가 36%로 나타났다.

일간지 디벨트는 최근 “독일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2008년 스페인에, 2014년 이탈리아에, 그 뒤 곧 한국에도 따라잡히고 말 것”이라는 전망을 보도했다. 물론 ‘지금까지의 경제성장률 추이가 계속된다면’이라는 무모한 전제를 깔고 있지만 충격을 안겨 주기 충분한 내용이다.

이 신문은 한국을 포함해 독일이 본받아야 할 4개 국가의 성장 비결을 별도 박스기사로 소개했다. 스페인은 강력한 노동개혁, 한국은 인적자원 개발과 투자, 오스트리아는 과감한 감세가 성장 비결로 소개됐다. 이런 특화된 성장 비결을 갖고 있지 않는 한 독일은 20년 뒤 유럽의 3류 국가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이 신문은 질타했다.

프랑크푸르트=유윤종 특파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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