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짝퉁과의 전쟁 선포

  • 입력 2006년 4월 20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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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을 통해 프랑스로 입국하던 주부 김 모씨(35)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짐을 찾아 출구로 나가려다 세관원의 제지를 받았다. 세관원은 김씨가 든 가방을 가리키며 "진짜냐"고 물었다. 김씨는 모조품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선물 받은 거라 잘 모른다"고 둘러댔다. 세관원은 "이건 가짜 루이뷔통인데 앞으로 들고 다니지 말라"고 경고만 하고 김씨를 내보내줬다.

만약 최근에 김씨가 이런 일을 겪었다면 큰 낭패를 볼 뻔했다. 프랑스 정부가 최근 모조품 생산자는 물론 소비자까지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기 때문.

지난 주 상하이에서 드골 공항으로 들어오던 한 중국인 관광객은 모조품 아디다스 가방을 들고 오다 세관원에 적발됐다. 세관원은 내용물을 옮겨 담도록 하고 가방을 압수해버렸다.

프랑스 당국은 모조품으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최근 '짝퉁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해 프랑스 세관에 압수된 모조품은 2004년 보다 61% 증가한 560만 점. 이에 따른 손해는 60억 유로(약 7조원)로 추산됐다. 모조품이 극성을 부리는 바람에 프랑스인 3만 명이 정상적인 취업 기회를 놓쳤다는 분석도 있다.

경제 관련 부처가 주축이 된 '짝퉁과의 전쟁'은 이달 초 TV 광고와 인터넷 캠페인으로 시작됐다. 총리실은 6월 중순 더 강력해진 모조품 단속 관련법 개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현행법도 유럽에서는 가장 강력한 수준이다. 모조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한 업자는 최고 30만 유로(약 3억5000만원)의 벌금이나 최고 3년 형에 처해질 수 있다. 구입자에게는 진품 가격의 2배에 해당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일반 관광객이라 해도 모조품을 10개 이상 소지하고 있으면 판매인으로 간주된다.

새 법안이 확정돼 시행되면 세관의 검사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물건 가치만 따져 벌금을 부과했지만 앞으로는 저작권이나 특허권 침해 부분까지 고려해 벌금을 물릴 예정이다.

프랑스가 모조품에 한층 더 예리한 감시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모조품 생산과 유통이 예전보다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매춘이나 마약 조직, 심지어는 테러 조직이 자금 마련을 위해 모조품 유통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모조 대상도 의류, 약품, 자동차 부품, 장난감, 전자 제품 등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모조품 유통이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 금액으로는 2000억∼3000억 유로(약 235조∼350조원)로 추산된다.

프랑스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짝퉁의 생산과 유통 거점은 중국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중국의 여행업계는 프랑스를 향하는 관광객들에게 "절대 짝퉁을 걸치고 다니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중국 언론 매체들은 전했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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