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불의 사나이’ 장애인의 희망으로

  • 입력 2006년 4월 2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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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미국의 TV 시리즈 ‘600만 불의 사나이’가 국내에서도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60억 달러의 사나이’가 현실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 60억 달러의 사나이는 600만 불의 사나이 스티브 오스틴 같은 ‘사이보그’가 아니라 인간이다. 최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해 인간의 능력을 극대화했을 뿐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미국해부학협회(AAA)가 주최한 엔지니어 물리학자 생물학자 컴퓨터과학자의 합동회의에서 눈먼 사람도 볼 수 있게 해 주고, 무거운 짐도 무게를 느끼지 않고 운반할 수 있게 해 주는 장치 등이 선보였다.

우선 질병으로 시력을 잃은 사람에게 앞을 보게 해 주는 일이 곧 현실화된다.

퇴행성 망막 질환은 빛을 감지하는 안구 뒤쪽의 간상체와 추상체 시세포를 손상시켜 실명을 가져온다. 시력을 되살리는 방법은 죽은 간상체와 추상체를 우회해 망막 안쪽의 세포에 자극을 직접 전달하는 것이다.

스탠퍼드대의 대니얼 팰랜커 박사가 개발한 인공 눈은 망막에 삽입하는 두께 3mm의 프로세서 칩과 비디오카메라가 장착된 가상 현실형 고글로 구성돼 있다. 고글은 비디오카메라의 화면을 적외선 이미지로 전환해 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적외선 이미지가 망막에 투사되면 망막에 삽입된 칩이 전류를 내보내 망막 안쪽의 세포를 자극한다.

이런 방식의 의안(義眼)은 그간 생쥐와 토끼를 상대로 한 실험에 사용됐는데 2년 안에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팰랜커 박사는 이 의안이 실용화되면 눈먼 사람도 큰 글씨를 읽을 수 있고, 얼굴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인 0.25의 시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호마윤 카제루니 교수는 무거운 짐도 가볍게 운반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블릭스(Bleex)란 이름의 이 장치는 배낭 형태로 설계돼 등에 지도록 돼 있다. 이 장치를 이용하면 최대 90kg의 물건을 전혀 무게를 느끼지 않고 운반할 수 있다.

40여 종의 센서와 유압장치로 구성된 이 장치는 신경계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된다. 센서는 중앙 컴퓨터에 정보를 전달하고, 컴퓨터는 짐을 진 사람이 무게를 거의 또는 전혀 느끼지 못하도록 적절하게 분산시키는 일을 한다.

럿거스대의 윌리엄 크레일러스 박사가 개발한 인공 팔은 갈고리에 손 모양을 덧씌운 수준인 종전의 의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덱스터(Dexter)란 이름의 이 장치는 착용자가 남아 있는 팔 윗부분 근육의 움직임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동안 그 근육의 움직임을 기록해 이를 손가락에 전달함으로써 실제 손가락을 세 개까지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이 장치를 사용하면 느린 속도로 타자를 치거나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어떤 사람은 세 손가락으로 색소폰 연주까지 할 수 있었다고 크레일러스 박사는 밝혔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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