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新제국주의 능력 과대평가한 오판”

  • 입력 2006년 3월 2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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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잘못된 상황 판단과 국력 과대평가는 외교정책의 위기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유리 표도로프(사진) 러시아 모스크바국립국제관계대(MGIMO) 교수는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인 체이덤하우스의 3월호 ‘브리핑 페이퍼’에 기고한 논문에서 이같이 경고했다. 제목은 ‘군사과학자와 어릿광대(Boffins and Buffoons)’. 그는 러시아가 자칫 국제 외톨이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표도로프 교수는 옛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의 전략개념 발전과정을 3단계로 설명했다. 1990년대 초반의 ‘강경 전통주의’와 ‘실용주의(현실주의)’ 간 경쟁 시기를 거쳐 1990년대 후반 이를 결합한 ‘다극체제론’이 등장했으며 9·11테러 이후엔 ‘신(新)제국주의론’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신제국주의론은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전 총리 그룹이 발전시킨 다극체제론의 변형. 신제국주의의 목표는 세계 강대국으로서 지위를 회복하는 것. 신제국주의 그룹은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의 ‘치욕스러운 친(親)서방 정책’은 이제 끝났다고 환호하고 있다.

그 원동력은 러시아의 방대한 석유자원이 가져다 준 부(富).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옛 소련 국가들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지배력을 회복하고 중국 인도와 함께 미국 유럽에 대항할 ‘빅 트라이앵글(Big Triangle)’ 구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신제국주의론은 대테러전쟁 차원에선 미국이 러시아의 파트너지만 궁극적으론 라이벌로 간주한다. 일련의 동유럽 색깔혁명은 미국이 조장한 것이며, 미국의 민주주의 증진 정책도 옛 소련 국가들을 이탈시키려는 도구일 뿐이라고 여긴다.

이런 신제국주의론은 수많은 허점을 갖고 있다고 표도로프 교수는 지적한다. 무엇보다 신제국주의론은 러시아의 ‘야심’과 ‘능력’ 사이의 괴리를 무시하고 있다.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한 러시아 경제는 벌써부터 산유국 특유의 치명적 약점을 보이고 있다. 세계 유가변동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경제개혁과 고급인력 개발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전략적 태도에 대해서도 심각한 오판을 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가 미국이나 일본 편에 서지 않기를 바랄 뿐이지, 결코 러시아를 위해 미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모험을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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