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WBC 준결 재격돌]종주국 美, 안방서 대망신

  • 입력 2006년 3월 1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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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종주국 맞아?’

미국 주도로 창설된 초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뼈아픈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미국은 17일 멕시코에 1-2로 져 4강 문턱에서 탈락했다.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리는 준결승과 결승은 결국 남의 나라들의 잔치가 돼 버렸다.

실력으로만 졌으면 그나마 나았다. 심판들의 편파적인 판정, 이해하기 어려운 경기 일정 등 갖가지 유리한 수법을 동원하고도 4강 문턱에서 떨어졌으니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특히 미국인 심판들의 오심 문제는 이번 대회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

17일 멕시코전에서도 명백한 오심이 있었다. 멕시코의 3회말 공격. 선두 타자 마리오 발렌수엘라(구아사브)는 미국의 에이스 로저 클레멘스(전 휴스턴)로부터 오른쪽 폴을 직접 맞히는 홈런을 쳤다. 타구는 폴을 맞고 구장 안 쪽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밥 데이비슨 1루심은 2루타를 선언했다. 멕시코 벤치의 항의를 받자 브라이언 나이트 구심은 4심 합의를 했다. 그러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멕시코 투수 에스테반 로아이자는 더그아웃에서 중계 카메라를 향해 공을 들어 보였다. 공에는 폴의 색깔인 노란색이 묻어 있었다.

데이비슨과 나이트 심판은 13일 일본전에서도 오심을 합작했던 바로 그 사람들. 두 심판은 3-3 동점이던 8회 이와무라 아키노리(야쿠르트)의 희생 플라이 때 태그업을 한 니시오카 쓰요시(롯데)의 발이 먼저 3루 베이스를 떠났다고 판정해 물의를 일으켰다. 미국은 9회 4-3으로 역전승했지만 미국 언론들조차 이들의 판정을 맹렬히 비난했다.

일본전에서의 오심은 미국에 승리를 안겼지만 멕시코전의 오심은 승부의 흐름을 돌리지 못했다.

경기 일정에도 미국의 ‘잔꾀’가 개입됐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평가받는 중남미 국가들을 피해 자국의 본선 일정을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와 상대하도록 짰다. 그것도 모자라 1조의 준결승 진출 두 팀이 2조의 팀들과 맞붙는 게 아니라 각 조 안에서 경기를 치르도록 했다. 기이한 일정 탓에 한국과 일본은 예선부터 준결승까지 무려 3차례나 맞붙게 됐다.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미국이었지만 실력도, 매너도 전혀 보여 주지 못했다.

애너하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美-日 똑같이 1승2패 5실점…日, 수비 3분의2이닝 많아 2위▼

“미국도 일본과 똑같이 5실점했는데 일본이 조 2위로 올라갔네?”

한국이 전승으로 1위를 차지한 WBC 8강 1조의 복잡한 2위 순위 결정 방식에 팬들은 일순 엇갈렸다. 17일 미국이 멕시코에 1-2로 져 일본과 함께 세 팀이 1승 2패로 동률을 이뤘지만 곧바로 TV 화면에는 일본의 4강 진출이 제목으로 뜬 것.

WBC 대회조직위원회는 조별 리그로 진행되는 예선과 본선 8강 리그의 경우 동률이 발생할 경우 동률팀 간 승자승→최소 실점→최소 자책점→최고 타율→추첨 순으로 순위를 가린다고 정했다. 공교롭게도 일본과 미국은 세 팀 간 실점이 5실점으로 같았던 것. 이때는 수비한 이닝 수가 많은 팀이 올라가는 부가 규칙이 숨어 있었다.

일본은 미국전에서 3-4로 패했지만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바람에 9회 말 2사까지 가서야 끝내기 안타를 맞고 졌다. 이에 따라 멕시코전 9이닝(1실점)을 합쳐 17과 3분의 2이닝을 수비했다.

반면 미국은 일본전은 9이닝(3실점)이지만 멕시코전에선 초 공격을 해 8이닝(2실점)만 수비를 한 것.

잦은 오심 시비와 이상한 대회 방식으로 구설수에 오른 미국으로선 불과 3분의 2이닝이 모자라 자신이 만든 대회 규정에 스스로 발목을 잡힌 셈이었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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