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이라크戰 3주년…분열이냐 재건이냐

  • 입력 2006년 3월 1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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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는 과거 중동의 북한이었으나 이제 한국처럼 될 기회를 가졌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달 21일 이라크 재건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과연 그럴까? 이라크전쟁 3주년(20일)을 앞둔 지금 이라크는 종파 간 내전에 직면해 있다. 미군과 무장세력의 대결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미군이 치안유지 역할을 상당 부분 이라크 정부에 넘겨주면서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이 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은 제헌헌법에 따른 첫 의회가 16일 개원하는 등 이라크가 자치의 첫걸음을 내딛는 전환기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종파 간 갈등을 극복할 역량이 부족한 이라크에서는 내전과 국가 분열의 단초로 작용할 만큼 크나큰 불안 요소이다.》

▽이라크 분열로 가나=의회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시아파 정치블록 통합이라크연맹(UIA) 내 최대 계파인 이라크혁명최고위원회(SCIRI)의 지도자 압둘 아지즈 알 하킴이 “따로 살자”고 주장했다는 보도가 15일 뉴욕타임스에 실렸다. 종파별 인종별 자치지역이 각 민병조직에 의해 방어된다면 내란은 없을 것이라는 뜻.

뉴욕타임스의 한 독자는 “그가 옳다. 피비린내 나는 유혈 사태보다는 각 지역의 소수파가 다수파 지역으로 옮겨가서 사는 ‘평화롭고 질서 있는 인종청소’가 차라리 낫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피터 갤브레이스 전 크로아티아 주재 미국 대사도 “누구도 원하지 않는 이라크 통합을 주장하는 어리석은 짓보다는 이라크를 분할해 관리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원하는 것은 분할이 아니다. 이라크 분할은 지금보다 더 심각한 폭력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 석유자원도 없는 척박한 중부지역에 고립된 소수 수니파의 극렬한 반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동 전역으로 종파적 대립을 확산시킬 수 있다. 존 네그로폰테 미 국가정보국장은 지난달 28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은 이라크의 수니파를 지원할 수 있고 시아파의 이슬람 신정정치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이란은 이라크 내 극단주의자와 이미 상당히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14일 칼럼에서 “미국과 이라크 정부 일각에서는 이라크의 분할을 피할 수 없는 만큼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병조직이 갈등의 불씨=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 이라크에서는 종파와 종족에 소속된 민병조직이 세력을 확장했다. 쿠르드 자치정부의 치안조직에 거의 흡수된 쿠르드족의 페시메르가를 비롯해 SCIRI의 바드르 여단,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이끄는 알 마디군이 대표적인 민병조직이다. 특히 수니파 지도자들은 종교시설 보호를 이유로 민병조직 유지를 고집하고 있다.

수니파가 사마라의 시아파 사원을 파괴한 뒤 수니파를 보복 공격한 주도 세력은 바로 시아파 소속의 알 마디군. 이들은 알 사드르가 공격 중단을 명령했을 때야 보복을 중단했다.

시아파 민병조직은 내무부 소속의 치안부대에 깊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치안부대에는 ‘죽음의 부대’라고 불리는 비밀부대가 있어 수니파 무장세력을 상대로 고문과 학살을 자행해 왔다.

지난해 4월 시아파 주도의 과도정부가 발족한 직후 경찰에 구속된 수니파가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이 속출했다. 수니파 측은 피해자가 3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집계했다. 수니파는 내무장관을 낸 SCIRI를 강력히 비난해 왔다.

▽정국의 열쇠를 쥔 알 사드르=이라크 의회는 앞으로 60일 내에 새 대통령을 선출하고 이브라힘 알 자파리 총리 지명자를 인준한 뒤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

수니파는 자파리 총리가 사마라의 시아파 사원 폭탄테러 이후 시아파 민병대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쿠르드족은 총리가 키르쿠크 지역의 통제권에 관한 문제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각각 비난하며 시아파 측에 다른 사람을 총리 후보로 내세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파리 총리는 지난달 12일 실시된 UIA 내 투표에서 알 사드르파의 지지로 최대 계파 SCIRI가 미는 아델 압둘 마디 부통령보다 1표를 더 얻어 지명됐다. 수니파는 자파리 총리와 그를 미는 알 사드르에 대해 적대감을 갖고 있다. 알 사드르가 의회에 자파 의원을 출석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배려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의 태도가 향후 이라크 정국의 파고를 좌우할 주요 변수라는 지적이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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