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안드레스 오펜하이머]칠레 경쟁력은 ‘세계화 내각’

  • 입력 2006년 2월 2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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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새 대통령 당선자 미첼 바첼레트의 가장 놀라운 점은 그가 칠레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란 것보다는 그의 내각이 가장 세계화된 내각이라는 점이다.

신임 내각 구성원 중 70%가 영어를 하고 상당수는 미국과 유럽의 명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어 또는 외국어를 하는 각료가 전체의 10% 미만인 다른 남미 국가들과 확연히 비교될 만한 수치다.

바첼레트 자신도 동독에서 의학을 공부했고 영어는 물론이고 3개 국어를 더 구사할 수 있다. 곧 물러나는 리카르도 라고스 대통령 역시 영어에 유창하고 미국 듀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단 바첼레트가 임명한 신임 내각 구성원을 살펴보자.

△알레한드로 폭슬레이 외교장관: 미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 출신. 전 재무장관.

△안드레스 벨라스코 재무장관: 전 미 하버드대 교수. 예일대 석사,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 출신.

△카렌 포니아치크 광산장관: 미 컬럼비아대 국제관계학 석사. 전 뉴욕 주재 남북미 무역진흥공사(Council of the Americas) 사업 담당 책임자.

△비비아네 블란로트 국방장관: 미 아메리칸대 경제학 석사.

△에두아르도 비트란 공공장관: 미 보스턴대 경제학 박사.

△알바로 마누엘 로하스 농업장관: 독일 뮌헨대 박사. 수의사.

명단은 끝이 없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대충 감이 잡히리라. 바첼레트의 내각 20명 중 상당수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망명하던 기간에 자신들의 역경에 한탄하지 않았던 사회주의자이자 기독교 민주주의자들이다. 이들은 그 대신 세계 최고의 대학에서 미래를 준비했다.

지난주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라고스 대통령에게 다중언어(multilingual) 내각이 라틴아메리카의 중대한 자산인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우연일 뿐인지를 물어봤다.

“21세기 정부에 대단히 도움이 되는 재산”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외국 정상의 눈을 직접 쳐다보면서 같은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차이를 불러오는지 지난 몇 년간의 개인적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바첼레트 내각은 바로 거부할 수 없는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미래의 예시 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년간 칠레는 그 어느 라틴아메리카 국가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칠레는 이 지역에서 같은 기간 빈곤층을 절반 이상 줄인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많은 이가 칠레의 성장 비결을 외국 시장으로의 성공적 유입과 국제 경제에서 최대한 이익을 취한 데서 찾는다.

바첼레트의 신임 내각은 이 같은 흐름을 강화할 것이라고들 지적한다. 정치학자 겸 뉴욕대 교수로 신임 칠레 내각 구성원들과 친분이 두터운 파트리시오 나비아는 “바첼레트의 측근 상당수는 과거 미국 경험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은 성격과 스타일의 소지자들”이며 “독단보다는 자유로운 토론을, 자신들의 과거에 매몰되기보다는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에 중점을 둔다”고 분석했다.

영어를 잘하는 내각이 우수하다는 보장은 없다. 신임 각료 상당수가 외국에서 상당 기간을 보냈다는 것은 칠레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국제시장에서의 경쟁력에 따라 국가 미래가 좌우되는 현실에서, 외국어에 능통한 대통령과 영어에 익숙한 내각이 해가 될 리 없다. 그 같은 인재가 내각에 아예 한 명도 없는 몇몇 남미 국가보다야 분명 나을 것이다.

안드레스 오펜하이머 마이애미헤럴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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