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석유 의존 끝난다” 부시 ‘대체에너지 구상’ 통할까

  • 입력 2006년 2월 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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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과연 ‘석유 중독’을 치유할 수 있을까.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정연설을 통해 제기한 석유 중독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관심을 끌고 있다.

▽석유 중독 어느 정도인가=미국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약 5%에 불과하다. 그러나 미국이 소비하는 석유는 전 세계 소비량의 약 25%를 차지한다. 하루 소비량은 무려 2100만 배럴이나 된다.

한반도의 50배에 해당하는 광대한 국토로 인해 자동차가 생활필수품인 미국은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보유 대수가 795대나 된다.

모두 2억3140만 대의 자동차가 하루 70억 마일을 달리면서 사용하는 석유가 미국의 전체 석유 소비량의 61% 정도를 차지한다. 미국은 세계 3위의 원유 생산국이지만 자신들이 소비하는 석유의 40% 정도만 자체적으로 생산한다. 이 때문에 하루 평균 12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수입해야 하는 처지다.

10년 전인 1995년만 해도 미국의 원유 수입 비율은 49%로 절반이 채 안됐지만 소비 증가로 수입 석유에 대한 의존도는 10%가량 늘어났다.

석유 수입원을 지역별로 보면 서반구가 50%, 아프리카 18%, 중동 19%, 기타 지역 13% 등이다. 이러니 이라크전쟁이 석유를 노린 전쟁이란 비판까지 나오는 것이다.

▽부시 에너지 정책 실현 가능한가=부시 대통령은 2025년까지 다양한 대체에너지 개발을 통해 중동 석유 의존도를 현재의 75% 선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1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내 생전에 중동에 대한 석유 의존을 끝내거나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6년 안에 에탄올 생산기술이 실용화 단계에 이를 것이란 기대를 거듭 피력했다.

부시 대통령이 제시한 대체에너지 구상은 △에탄올 생산기술의 실용화 △청정석탄 개발 △태양열 발전을 위한 반도체 물질 개발 △풍력에너지 연구 △농업 부산물을 이용한 바이오 연료 개발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배터리 기술 개발 가속화 △수소연료전지와 수소차 개발 가속화 같은 첨단 기술을 총망라하고 있다.

이 같은 구상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 기술과 대체에너지의 시장성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휘발유 1갤런에 1달러의 세금을 부과하는 획기적인 방법이라면 석유 소비를 줄일 수 있지만 미국 국민이나 정치인들이 그런 부담을 지려고 할 것 같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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