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방사능 ‘애물단지’가 에너지 독립 ‘효자’로

  • 입력 2006년 2월 2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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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옛 소련 체르노빌 참사의 아픈 기억을 뒤로하고 원자력발전소를 늘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올해는 체르노빌 원전에서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한 지 20년이 되는 해. 3500명이 숨지고 수십만 명이 피폭되는 피해로 유럽은 그동안 원전을 멀리하는 정책을 펴 왔다.

하지만 최근 유가 급등과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사태를 겪으면서 유럽 국가들의 태도가 바뀌었다. 새로 원전을 짓거나 건설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

DPA통신에 따르면 핀란드는 지난해 이미 2009년 가동을 목표로 원전 건설에 착수했다. 59기의 원자로에서 전체 소비전력의 78%를 공급하고 있는 프랑스는 유럽형 가압수로 원자로인 제3세대 원자로를 2012년까지 건설해 원전 의존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독일에선 원전을 둘러싸고 첨예한 논쟁이 진행 중이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시절이던 2000년 독일은 원전 18기를 2020년까지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현 정권의 기독민주당-기독사회연합은 원전의 지속적 사용을 주장하고 나섰다. 연정을 이루고 있는 사회민주당은 여전히 이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 국민의 과반수가 원전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나와 논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1987년 국민투표를 통해 원전 폐쇄를 결정하고 1990년까지 모든 원전을 닫았던 이탈리아에서도 당시의 결정이 실수였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최근 주간지 레스프레소의 여론조사에서는 47%가 원전 사용에 찬성했고 반대는 44%였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새 원전 건설을 꾀하고 있다.

서유럽 국가들이 원전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에너지 독립’을 얻으려는 것. 유럽연합(EU) 25개국은 원유의 4분의 3, 천연가스의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2030년까지는 수입 의존도가 9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체르노빌 참사의 직접적 피해를 보았던 동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도 러시아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원전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2009년까지 원전을 폐쇄하기로 했던 방침을 최근 철회했다. 나아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폴란드와 공동으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우크라이나는 자체적으로 10여 기의 원자로 건설을 계획 중이다.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 “우리의 목표는 에너지 독립이며 누구도 이를 막을 수 없다”고 천명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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