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기자회견 잘 넘기는 3가지 기술’

  • 입력 2006년 1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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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백악관 기자회견장. 한 라디오방송 기자가 “대통령께서 잭 아브라모프 씨와 찍은 사진에는 별로 관심이 없지만…”이라고 운을 떼면서 거물 로비스트 아브라모프 씨와 백악관의 관계를 물으려 하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빨리 말을 가로챘다.

“그야 라디오니까.” 부시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좌중엔 폭소가 터져 나왔다. 그는 민감한 질문이 쏟아지는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를 이렇게 녹여 버릴 때가 많다.

진보 성향의 웹진 슬레이트닷컴은 26일 부시 대통령이 자주 선보이는 기자회견장에서의 ‘회피 기술’ 3가지를 분석했다.

▽시도 때도 없는 민주주의 예찬론=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예상을 뒤엎고 25일 총선에서 승리하자 서방 민주진영 지도자들은 앞으로의 중동 정세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26일 백악관 기자회견장에서 ‘하마스 압승 이후’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엉뚱하게 ‘민주주의 예찬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선거는 민주주의의 힘”이라며 “민주주의의 주요한 가치 중 하나인 ‘경쟁’의 결과라는 고무적인 면이 있다”는 식으로 질문의 본질을 피해 갔다.

▽‘무조건 행정부를 믿어요’=백악관의 불법 감청 지시에 관한 질문도 역시 단골 소재였다. 그러나 곤란한 지경에 놓일 때면 부시 대통령이 항상 들고 나오는 카드가 있다. 그런 논쟁은 결국 테러리스트들에게만 득이 되며 국익에 해가 된다는 논리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도 “이 프로그램은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로, 우리가 어떻게 이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고 어떤 내용인지가 밝혀지면 결국 적에게만 득이 된다”고 역설했다. 그 이상의 취재나 질문은 결국 ‘반역’ 행위나 다름없다는 식의 논리다.

▽딴 주제로 관심 돌리기=다른 주제로 관심을 돌려 민감한 질문의 본질을 흐리는 경우도 있다. 이라크와 관련된 민감한 질문이 쏟아질 때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로 기자들의 관심을 돌리곤 한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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